1906년 10월부터 1907년 5월까지에 걸쳐 『만세보(萬歲報)』에 연재, 발표되었다. 1907년 10월 3일 황성광학서포에서 상편의 초판이 간행되었고, 1908년 7월 25일 중앙서관에서 하편 초판이 출간되었다.
작품 속에 전개되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연대는 1900년대 초의 개화기이며, 무대는 강원도 춘천 삼학산(三鶴山) 근처 마을, 서울 봉은사, 부산 초량 등지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춘천군수를 지낸 김승지(金承旨), 그의 첩 길순(吉順), 길순의 아버지 강동지(姜同知)와 어머니, 김승지의 본부인, 여비(女婢) 점순(點順), 점순의 정부(情夫)인 최가 등이다.
이 작품은 만삭이 된 길순이 독수공방하면서 번민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춘천군수로 도임한 김승지는 강동지의 무남독녀 길순을 첩으로 삼고 지내던 중, 본처의 투기로 내직으로 옮겨 서울로 떠난다. 김승지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없자, 딸의 애처로운 정상을 보다 못한 강동지는 딸을 가마에 싣고 서울로 향한다.
천신만고 끝에 서울 김승지의 집에 당도한 강동지 부녀는, 본부인의 적의로 안중문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김승지의 황급한 처사대로 박 참봉 집에 머물면서 윗사람의 회답을 기다린다. 그 사이에 길순은 고민 끝에 우물에 빠져 자살하려다가 순경에게 구출되어 박 참봉이 주선한 새 거처로 옮긴다.
여기서 길순은 아들 거북이를 순산하게 된다. 그러나 본처의 흉계에 의하여, 하수인인 몸종 점순과 그 정부인 최가에 의하여 봉은사 부근 숲 속에 유인되어 모자가 함께 살해된다.
꿈자리가 뒤숭숭하여 다시 상경한 강동지는 딸의 피살에 대한 상세한 실상을 탐문하고, 복수 일념에 불타 하수인이었던 점순과 그 정부가 피신해 있는 부산 초량으로 내려가 그들을 살해한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김승지의 본부인마저 처단하고, 노령(露領) 해삼위(海蔘威) 곧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난다.
이 작품은 개화사조나 신문화운동이 그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고, 본처와 첩의 질투와 갈등에서 빚어지는 가정비극을 주축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일부종사(一夫從事)의 윤리관에서 벗어나려는 결혼관이나 미신타파의 암시적 주장, 그리고 사건의 진전과정에서 기차 · 전차 · 전보 · 지폐 등 현대적인 문물을 등장시켜 참신한 감각을 자극시킨 점 등은 간접적으로 개화사조나 근대문명에 접맥되는 현상들이다.
한편, 양반인 김승지 일가와 향읍(鄕邑) 상인(常人)인 강동지 집안의 갈등을 통하여, 강동지 및 침모 등이 지니고 있는 양반에 대한 반발의식이나, 점순이나 최가 등의 천역(賤役)들이 신분관계에 대한 속량(贖良)과 자유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점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점이 이 작품을 종래의 유형적인 가정비극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개화의 각광을 받은 근대소설의 전초적 구실을 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김동인(金東仁)은 1929년 조선일보에 기고한 비평문 『조선근대소설고』에서 이 작품을 한국 근대소설의 원조로 평가하면서, 학대받는 가련한 여성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