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에 한유(韓愉)가 지은 영사악부(詠史樂府). 1912년에 간행된 그의 문집인 ≪우산집 愚山集≫에 실려 있다. 문집에는 ‘분양악부’로 되어 있다.
31제 41수가 수록되어 있다. 필사본에는 ‘분양고사(汾陽故事)’로 되어 있다. 모두 33제 44수를 수록하였다. 문집 수록의 작품은 필사본을 교열하고 수정함으로써 이루어진 듯하다.
<분양악부>는 옛 진양(晉陽) 지역과 관련된 인물들을 소재로 역사적 사건을 노래하고 사화(史話)를 첨부하였다. 문집에 수록된 <분양악부>를 중심으로 가영(歌詠) 대상이 된 인물과 지명은 다음과 같다.
옥보고(玉寶高)·강민첨(姜民瞻)·한유한(韓惟漢)·정온(鄭蘊)·강회백(姜淮伯)·하연(河演)·이자(李耔)·정분(鄭苯)·하경복(何敬復)·이충걸(李忠傑)·정여창(鄭汝昌)·조지서(趙之瑞)·한승리(韓承利)·남곤(南滾)·조식(曺植)·최영경(崔永慶)·하항(河沆)·진극경(陳克敬)·성여신(成汝信)·조석윤(趙錫胤)·정두(鄭斗)·조종도(趙宗道)·논개(論介)·이정(李瀞)·이수훈(李受訓)·하징(河澄)·강함(姜涵)·정훤(鄭暄)·허동립(許東笠)·유세영(柳世影)·청학동(靑鶴洞) 등이다.
필사본에서는 강회백을 노래한 <정당매 政堂梅>가 없다. 한편 필사본에 있는 정인홍(鄭仁弘)의 고사를 노래한 <자탁례 子濯禮>, 정대영(鄭大榮)을 노래한 <막도해 莫渡海>, 문씨가(文氏家) 매화를 노래한 대명매(大明梅) 등은 문집에서는 빠져 있다.
<분양악부>는 인물고사를 노래함으로써 포폄(褒貶:칭찬과 나무람)의 뜻을 가탁하였다. 이점은 다른 해동악부 계열의 작품들과 성격이 같다. 또한 이학규(李學逵)의 ≪영남악부 嶺南樂府≫, 조현범(趙顯範)의 ≪강남악부 江南樂府≫와 마찬가지로 지방의 문화에 대한 반성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지방사를 노래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분양악부>의 가영 대상은 전(前) 시대로 인식되었던 임진왜란 전후의 인물까지로 한정하였다. 당대(當代)의 사실을 기휘(忌諱 ; 꺼리거나 두려워 피함)한다는 전통시대의 작가적 예의를 지켰다.
인물고사를 노래한 원시(原詩)는 제언(齊言)과 잡언(雜言)의 형식을 두루 이용하였다. 제언의 경우에도 근체시의 엄격한 형식과는 다른 자유스러운 구법을 취하였다.
<분양악부>는 한 제목 아래 세 수를 연작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 있다. 따라서 동향의 박치복(朴致馥)의 ≪대동속악부 大東續樂府≫로부터 일정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악부는 동향인으로 작가와 교분이 있던 강수환(姜璲桓)의 ≪진양악부 晉陽樂府≫에 영향을 준 듯하다. 한유 자신이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 단행본이 경상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