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경창(李慶昌, 1554~1627)의 자는 언급(彦及), 호는 서촌(西村), 본관은 문의(文義), 출신지는 개성(開城)이다. 아버지는 이양세(李揚世)이고, 어머니는 한흠종(韓欽從)의 딸 비인한씨(庇仁韓氏)이다. 어려서는 아버지로부터 『소학』을 익혔으며, 12세부터 외조부로부터 철리(哲理)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문사(文詞)를 일삼지 않았다. 훗날 서경덕(徐敬德)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 경전(經典) · 성리학(性理學)을 비롯해 『주역』 연구에 특히 심취했다. 손수 ‘혼천의(渾天儀)’라고도 불리는 ‘선기옥형(璿璣玉衡)’을 제작해 탐구한 후, 그 이치와 제도를 설명할 정도로 천문학에 관심이 높은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이다.
편자는 저자의 아들 이의남(李義男)이다.
설(說) 3편, 사(辭) · 훈계서(訓誡書) · 역괘효통례(易卦爻通例) · 행장(行狀) · 묘갈명 · 서(序) · 발(跋) 각 1편이 실려 있다.
「원이기설(原理氣說)」에서는 태극이 형성된 과정, 이 · 기의 분화, 인류의 생성과 만물의 발전, 기우(奇偶)의 수리(數理), 형기(形氣)의 발전, 형이상적인 견지와 형이하적인 직관 등에 관해 설명하였다.
「천인설(天人說)」에서는 천 · 지 · 인 삼재(三才)가 갖고 있는 고유한 수를 제시하여 대연수(大衍數) 55와 64괘(卦) ·384효(爻)의 근원이 됨을 강조하면서, 하늘의 도는 음과 양이며, 땅의 도는 유와 강이 되고, 사람의 도는 인과 의로서 모두 각기 태극의 원리를 함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주천도설(周天圖說)」은 『송도지(松都誌)』에도 보이는 글로서, 건(乾)과 천(天), 곤(坤)과 지(地)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였다. 하늘의 주위는 북극을 중심으로 365도로 나누어지며, 북쪽은 높고 남쪽은 낮으며, 365일 만에 일주회를 하기 때문에 1년이 365일이 됨을 강조하고, 사립(四立) · 사지(四至) 때의 해의 위치와 장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자경사(自警辭)」에서는 인간은 하늘과 땅의 정기로써 부모의 정과 혈을 빌려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의 몸을 바로 지키지 못하면 하늘의 뜻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이밖에도 자손들을 경계한 「훈계서」, 『주역』의 괘효를 해석한 「역괘효통례」 등이 있다.
권말에는 저자에 대해 김천정(金天挺, 16441687)이 찬한 행장과 개성부유수(開城府留守) 엄집(嚴緝, 16351710)이 찬한 묘갈명이 있다. 행장과 묘갈명을 통해 저자가 외조부 한흠종으로부터 『대학』의 격물성정지공(格物聖正之工)을 비롯해 수신제가지도(修身齊家之道) 등을 익히고 스스로 일가(一家)를 이룰 정도로 학문에 전념한 사실, 주역에 심취한 사실, 서경덕의 학문을 흠모한 사실,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천문학자이자 철학자가 남긴 글을 통해 당시 천문학의 수준은 물론 태극 · 삼재 · 인간 등에 관한 형이상학적 논설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