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金起林)이 지은 시론(詩論). 1933년 7월호 ≪신동아 新東亞≫에 발표되었다. 처음 잡지에 발표될 당시에는 그 제목이 ‘포에시와 모더니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도 서두의 이원조(李源朝)에 대해서 반론한 부분을 제외하고 시론에 수록한 것이다.
이 ‘포에시와 모더니티’는 ‘요술(妖術)쟁이의 수첩(手帖)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바, 이원조가 김기림을 두고서 ‘요술쟁이’라고 한데서 발단된 것이다.
이 ‘요술쟁이’가 ‘언어의 요술쟁이’라면 김기림은 흔쾌히 받아들이고 싶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들레르(Baudelaire,C.)나 사포(Sappho)나 비용(Villon,F.)이나 엘리어트(Eliot,T.S.) 등 유명한 시인들 모두가 ‘언어의 요술쟁이’의 비법을 공개하기 위하여 쓴 것임을 작자는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시와 모더니티>는 열개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① 시는 어떤 시대에도 생장하고 사람들과 함께 살고, 한 개의 엑스터시(ecstasy)의 발전체(發電體)이다. 따라서, 시인은 엑스터시가 어떤 공간과 시간 및 사건과 관련지어진 즉물주의자(卽物主義者)가 되어야 한다는 것.
② 시 속에는 시적 정신이 굳세게 움직여야 하고 시대적 감각과 비판이 접촉되었을 때 우리가 바라는 시가 된다는 것.
③ 현대의 성격은 스피디(speedy)하고 활동적인 데 있다는 것. ④ 프리미티브(primitive)한 감각은 새로운 관념을 구성하는데 새로운 시인에게 이러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
⑤ 감각은 현대의 새로운 성격으로 각 시대의 시는 ‘이데(idee)’의 특색을 따라 시의 각 속성 중에서 그 하나를 고조시키면 된다. 그리고 새로운 시는 내면적인 본질의 리듬을 담아야 한다는 것.
⑥ 현대시는 기계에 대한 열렬한 미감(美感)을 가져야 하고 동(動)하는 미(美)여야 하고 일하는 일의 미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 ⑦ 가치의 최후 결정권은 시간만이 가졌다. 스쿨(流派)에 대한 가치 판단의 대상은 생명력 있는 비평이 될 수 없고 그 가치 판단은 작품 그 자체에 있다는 것.
⑧ 지난날의 시는 ‘나’의 정신 세계의 일부분이지만 새로운 시는 ‘나’를 여과하여 구성된 세계이고 세계-역사-우주전체로 향하여 곡선적이고 복선적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는 과거의 시와 대조하여 비판적―독단적, 즉물적―형이상학적, 전체적-국부적, 경과적-순간적, 이지적-감정적, 유물적-유심적, 정의(情意)와 지성의 종합-감정의 편중, 구성력-상상력, 객관적-자기중심적 등의 대립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
⑨ 사물의 표면을 흐르는 ‘빛’과 ‘그늘’이 아니라 ‘빛’과 ‘그늘’의 가치가 된다는 것을 새로운 시인은 알아야 한다는 것.
⑩ 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며 독창성에 의하여 독자를 붙잡게 된다. 시는 항상 청신한 시각에서 바라다본 문명비판으로 인생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김기림은 여기서 전대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시의 감정의 추구와 상징주의의 기분과 정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감각과 지적인 시를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문명사회에 대한 예찬으로 행동의 가치에 대한 새 발견이라 할 수 있는 동적인 미와 노동의 미와 인간생활의 실제적인 대화를 미화하는 리듬 등이 새로운 시이며 모더니티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