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흔 석각 ( )

고대사
유물
일본 왕궁 건안부 정원에 있는 발해 시기의 비.
이칭
이칭
정란제명(井欄題名), 홍려정석각(鴻臚井石刻), 홍려정비(鴻臚井碑)
정의
일본 왕궁 건안부 정원에 있는 발해 시기의 비.
개설

713년 발해로 파견되었던 당나라 사신 최흔(崔忻)이 714년 귀국 길에 새긴 석각이다. 문헌에는 최흔의 사신명(使臣名)이 대조영을 '발해군왕(渤海郡王)'으로 책봉하는 책봉사(冊封使)로 기록되어 있는데, 석각에는 말갈사(靺羯使)로 나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

최흔석각은 713년 당나라에서 발해로 파견되었던 사신 최흔이 이듬해 귀국하는 길에 중국 뤼순시[旅順市] 황진산[黃金山] 위에 우물을 파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긴 것이다. 석각에는 “칙지절 선로말갈사 홍려경 최흔이 우물 두 개를 파서 영원히 기록하여 증거로 삼는다. 개원 2년(714) 5월 18일.(勅持節宣勞靺羯使鴻臚卿崔忻, 井兩口永爲記驗, 開元二年五月十八日.)”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석각이 새겨진 암석은 러일전쟁 무렵 일본군에 탈취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일본 왕궁 건안부 앞 정원에 보관되어 있다. 암석에는 최흔이 새긴 석각 외에도 명청대에 새겨진 6개의 추각(追刻)이 있다.

최흔의 석각은 불과 29자 밖에 안 되지만, 중국 학계에서 제기된 '말갈국명설'로 논란이 되었다. 이는 발해 초기 국명이 문헌상에 보이는 ‘진국(振國 또는 震國)’이 아닌 ‘말갈(靺鞨)’이라는 주장이다. 웨이궈충[魏國忠], 왕우량[王禹浪] 등은 석각에 보이는 최흔의 직함이 ‘진국사’가 아닌 ‘말갈사’이며, 『신당서』 발해말갈전에 대조영을 발해군왕으로 책봉하자 “이로부터 비로소 말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발해로만 불렀다.(自是始去靺鞨號, 專稱渤海.)”는 기록을 근거로 말갈이 발해의 초기 국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구당서』와 『신당서』 등의 문헌과 신라인 최치원의 「사불허북국거상표(謝不許北國居上表)」에는 분명히 발해 스스로 초기 국명을 진국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어, 한국학계와 일본학계에서는 ‘말갈국명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카요리 마사시[酒寄雅志]는 최흔석각의 ‘말갈사’직은 당이 대조영을 말갈의 왕으로 진국을 말갈 세력 중 하나로 인식한 것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로 보았다.

한국학계에서는 대체로 대조영 집단이 당의 지배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건국하여 진국을 자칭하였기 때문에 당이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고구려와의 계승성도 부정하기 위해 말갈로 불렀다고 본다. 이밖에 최흔의 직함이 '말갈사'인 것은 그가 발해만이 아니라, 발해의 영향권 아래에 있거나 발해와 연합관계에 있었던 말갈 여러 세력을 동시에 포섭하기 위해 파견되었기 때문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의의와 평가

최흔석각의 명문 해석에는 논란이 있으나, 발해와 당의 국교정상화를 실증하는 당대(當代) 자료이자 1차 자료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석각은 발해에서 당의 등주(登州)로 가기 위해 떠나는 요동반도의 마지막 기점인 여순항이 바라다 보이는 산 정상에 위치하여, 발해와 당의 교통로 상의 이정표 역할을 하였다. 때문에 최흔석각은 발해와 당의 교통로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旅順唐鴻臚井硏究文集』(王禹浪·田曉潮 주편, 哈爾濱出版, 2005)
『旅順唐鴻臚井刻石回歸探討』(王仁富 편저, 哈爾濱出版社, 2005)
「홍려정석각에 보이는 최흔의 직명 재검토-‘선로말갈사’를 중심으로-」(권은주, 『한국고대사연구』 46, 2007)
「「唐碑亭」, すなわち「鴻臚井の碑」をめぐて」(酒寄雅志, 『朝鮮文化硏究』 6, 1999)
「鴻臚井考」(渡辺諒, 『東洋學報』 51-1, 1968)
집필자
권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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