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 김진규 분)은 방직공장에서 음악선생을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고, 동식의 아내( 주증녀)는 재봉일 등의 부업을 통해 가사를 돕는다. 새 집을 짓기 위해 무리하여 재봉일을 하던 아내의 몸이 쇠약해지자 동식은 자신이 피아노 레슨을 하는 공장 직원 경희(엄앵란 분)에게 부탁하여 하녀(이은심 분)를 소개받는다.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 간 어느 날, 경희는 동식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모욕을 당하고 쫓겨난다. 이를 창밖에서 몰래 지켜보던 하녀는 동식을 유혹하여 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하녀를 설득하여 계단에서 굴러 낙태하게 만든다.
아기를 잃은 하녀는 점점 난폭해지고 결국 동식 부부의 아들 창순(안성기)을 계단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다. 하녀가 이 모든 사실을 공장에 알리겠다고 협박하자 아내는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식을 2층에 있는 그녀의 침실로 보낸다. 결국 동식은 자살하기 위해 하녀와 함께 쥐약을 먹은 후, 죽어가는 하녀를 뿌리치고 아내의 곁으로 돌아와 숨을 거둔다.
1960년 11월 3일 명보극장에서 개봉하였다. 이 영화는 2008년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해 복원되어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출품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가 202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이 영화의 감독 김기영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하였다. 김기영 감독은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하여 「화녀」(1971), 「충녀」(1972), 「화녀 82」(1982), 「육식동물」(1984) 등 리메이크 연작을 만들었다. 임상수 감독이 2010년에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세계영화사에서도 가장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김기영의 대표작이자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김기영은 사회를 본능과 욕망에 기반해서 바라보았다. 그 결과 그의 영화들은 식욕, 성욕, 성욕과 유사하면서도 다소 다른 번식욕, 자기보호의 본능 등 매우 동물적인 욕망들을 빈번하게 소재로 다루었다. 이 소재가 가족관계나 사회관계에 투영될 때 욕망에 기반한 권력관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남녀간에서는 여성이 우위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 「하녀」 연작이 그러하다. 이 영화 속 남성은 매우 우유부단하고 어떤 결정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 영화의 갈등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공격과 방어는 하녀와 부인 사이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공포가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리하여 여성은 일종의 과잉된 괴물로 재현된다.
이에 당대 평자들은 이 영화에 대해 ‘주목할만한 실험’이라거나 ‘치밀한 연출’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한편, ‘괴기 취미’, ‘과장’, ‘이색적’, ‘괴기의 남조(濫造)’ 등의 수식어로 평가절하하기도 하였다.
영화평론가 이연호는 「하녀」, 나아가 김기영 영화의 이와 같은 특징을 단순히 반여성적인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김기영적 색채로 양식화되거나 과잉코드화 된 것’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면서, 중요한 것은 왜곡의 이유가 아니라 ‘왜곡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연호에 의하면 여성들의 증후군 속에는 한국사회와 한국사회 구성원의 병리적 증상에 겹쳐져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 여성을 다룬 영화들이 이후에도 다수 만들어졌으나,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하층 여성의 고난을 온정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평범한 중산층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일종의 악역으로 그려내었다. 이때 하녀는 억울한 피해자도, 사악한 가해자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속 하녀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매혹적인 악녀로 꼽히기도 한다.
이 영화는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서 「 오발탄」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