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악산기(遊冠岳山記)
옛날 양녕대군(讓寧大君)이 세자의 위를 피하여 관악산에 와 있을 때 날마다 올라가 대궐을 바라보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던 곳을 연주대라 하였고, 해를 쬐는 것이 괴로워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으므로 조그만 차일을 치고 바위 귀퉁이에 앉아 있었으니, 이 바위를 차일암이라고 하였다 한다. 저자는 사방의 많은 봉우리들은 자잘해서 따질 것도 없고, 오직 저쪽 가에 싸인 기운이 아득하고 편편한 것은 하늘과 바다가 서로 이어진 것인 듯하나, 하늘로서 보면 바다요, 바다로서 보면 하늘이니, 하늘과 바다를 분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양의 성과 대궐은 마치 밥상을 대한 것과 같은데, 한 덩어리 소나무와 잣나무가 둘러선 것으로 보아 경복궁의 옛 대궐임을 알겠고, 양녕대군이 여기에서 서성거리면서 쳐다보았다는 것은 비록 백대(百代)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