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 가창면,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달성군과 청도군의 경계인 높이 1,083.4m의 봉우리이다. 비슬산 능선에는 북쪽의 최고봉인 천왕산에서 남쪽으로 월광봉, 대견봉, 조화봉, 관기봉 등 1,000m 내외의 높은 봉우리가 다수 있다. 대견봉과 조화봉의 능선과 서사면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435호인 비슬산 암괴류를 비롯하여 단애, 애추, 토르, 박리, 다각형 균열 등 화강암 풍화 지형이 잘 발달해 있으며, 대견봉과 월광봉 사이의 완경사지인 고위침식면 지형 일대는 진달래나무 군락지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일명 포산(苞山)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포산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이다. 『내고장 전통 가꾸기』(1981)에 보면 비슬산은 소슬산(所瑟山)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인도의 범어로 일컫는 말이며 중국어로는 포산(苞山)이란 뜻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신라시대에 인도의 스님이 우리나라에 놀러 왔다가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琵瑟)이라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이 있다. 『유가사사적(瑜伽寺寺蹟)』에는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비슬산이라 불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슬산의 이름은 ‘나무가 많은 산’과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은 산’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여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비슬산은 대구 남부에서 가장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산지를 이루고 있다. 산 전체적으로는 토산(흙산)의 경관이 우세하지만, 비슬산 능선의 중앙부인 대견봉과 조화봉을 중심으로는 주2을 따라 여러 곳에 암괴류가 발달하여 석산(돌산)의 지형 경관을 이루고 있다. 대견봉과 조화봉 일대는 주3 주4 각섬석흑운모화강암, 능선의 북부인 비슬산 남부의 관기봉 일대와 산지의 주5는 백악기 안산암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암석은 대체로 풍화 작용과 침식 주6에 강한 주7으로서 비슬산 일대와 같이 주로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산지를 형성한다. 특히, 화강암이 분포하는 비슬산 중앙부의 대견봉과 조화봉 일대의 산록과 주8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강암 지형이 확인된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대견봉 및 조화봉까지의 사면에서는 총 길이 2km의 비슬산 암괴류를 포함하여 애추, 나마, 다각형 균열, 핵석, 판상 주9, 박리, 토르, 주10, 고위 침식면 등 다양한 화강암 풍화 지형과 사면 지형이 발달해 있다.
우리말로 주11, 바위강으로 불리는 암괴류(bolck stream) 지형은 경사진 사면을 따라서 큰 바위인 암괴나 거력이 좁고 길게 분포하는 풍화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사면 지형이다. 비슬산 암괴류는 주로 대견봉과 조화봉 일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이 일대의 주12인 각섬석흑운모화강암은 수직 · 수평의 주13가 잘 발달하기 때문에 약 백만~수십만 년 전부터 기반암이 깨지고 부수어져 거력이나 암괴를 만들어 내는 풍화 작용이 활발하게 발생하였다. 이렇게 생성된 많은 양의 암괴가 주로 기온이 낮았던 빙기에 토양과 함께 사면의 골짜기를 메우며 매우 느린 속도로 흘러내렸다. 이 과정에서 토양은 사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에 의해 씻겨 내려가고, 크기가 큰 암괴만 남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비슬산 암괴류는 주로 각진 거력으로 이루어진 다량의 암괴가 사면의 최대 경사 방향이나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상태로 쌓여 있다. 이곳에서 돌껍질로 불리는 박리 현상과 거북등 바위로 불리는 다각형 균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위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을 한 부처바위, 곰바위, 형제바위, 소원바위, 기도바위, 코끼리바위, 상감모자바위 등 선바위 또는 탑바위로 불리는 토르(tor) 지형도 대견봉 일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들이 화강암 지형의 특징이다.
고위 침식면 또는 고위 주14은 한반도에서 주15 제3기 중반 또는 말 이후에 발생한 지반 주16로 인해 지표에서 장기간 꾸준히 침식 작용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지반 융기 이전에 평탄하였던 원지형이 일부 지역의 산정과 능선부에 남겨져 있는 침식 지형이다. 비슬산의 고위 침식면은 비슬산 남쪽의 대견봉과 월광봉 사이의 해발 주17 700~1,050m 사면에서 약 0.4㎢의 면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다.
남북 방향의 능선을 이룬 비슬산지의 서사면에서 주18 하천은 현풍천을 이루어 서쪽으로 흘러 현풍읍에서 바로 낙동강에 유입되며, 동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은 청도천을 이루어 남쪽으로 흘러 동창천과 합류하여 밀양강이 된다. 한편, 비슬산의 북동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은 용계천을 이루어 북쪽으로 흘러 신천에 합류하고, 북서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은 기세곡천을 이루어 북서쪽으로 흘러 옥포읍에서 낙동강에 유입된다.
비슬산에는 유가사(瑜伽寺) · 소재사(消災寺) · 용연사(龍淵寺) · 용문사(龍門寺) · 임휴사(臨休寺) · 용천사(湧泉寺) 등 많은 주19이 산재해 있다. 특히, 용연사 경내에 있는 석조 계단인 달성 용연사 금강계단은 보물 539호, 대견봉와 조화봉 사이에 자리잡은 대견사지 삼층석탑(大見寺址 三層石塔)은 대구유형문화유산 42호이다. 대견자시는 신라시대에 일연이 첫 주지로 주20 전해지는 대견사(大見寺)의 절터로서 최근까지 삼층석탑, 석축, 우물, 주21 등만 남아 있었지만, 2014년 3월 1일에 팔공산 동화사에 의해 대웅전, 선당, 종무소, 산신각 등이 준공되면서, 현재는 대견사지가 아니라 동화사의 말사인 대견사가 되었다.
비슬산 일대는 1986년 2월 22일에는 달성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비슬산 암괴류의 말단부인 비슬산 계곡에는 1993년 1월 18일에 비슬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었으며, 비슬산 암괴류는 2003년 12월 13일 천연기념물로 435호로 지정되었다. 비슬산 암괴류는 길이 2㎞, 폭 80m, 두께 5m에 달하고 암괴들의 직경은 약 1~2m, 경사도는 약 15°로 규모가 매우 커서 학술적, 관광 문화적 가치가 크다. 그리고 비슬산 고위 침식면 일대는 비슬산 진달래나무 군락지로서, 1997년부터 매년 4월에 비슬산 참꽃 문화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