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73장). 필사본.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앞부분은 한시문 5편, 뒷부분에는 한글가사 16편 등 모두 2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시문으로는 『시경』의 「칠월편(七月篇)」,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후적벽부(後赤壁賦)」 등이 실려 있다.
가사로는 「옥설화담」(196행)·「환향별곡」(54행)·「권학가」(109행)·「천지가」(69행)·「죽지사」(26행)·「계우사」(188행) 등 역대 사적이나 주인공의 생애를 노래한 것, 「기행」(39행)·「관서가」(28행)·「호남가」(39행) 등 경기·관서·호남의 지명으로 엮은 것, 「별어부사」(42행)·「낙빈사」(50행)·「은군자가」(26행)·「어부사」(27행)·「춘면곡」(55행) 등 강호에 은둔하는 기상이나 유흥을 노래한 것, 정철(鄭澈)의 「관동별곡」(148행)·「연행별곡」(99행) 등 기행가사가 실려 있다.
이 책의 특성은, 첫째로 다양한 부류의 작품을 ‘가사’라는 표제 아래 수용하고 있는 점이다. 한시문의 경우, 「칠월편」 등의 시, 「등왕각서」와 같은 서, 「적벽부」의 부 등으로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한글 작품의 경우도 「어부사」 등 한시와 가사의 여러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포괄되어 있다.
둘째, 가사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성격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서정적인 가사뿐만 아니라 기행가사·서사가사 등은 물론이고, 이른바 12가사 가운데 하나인 「춘면곡」 등 가창가사까지 아울러 수록하고 있다.
셋째, 다른 가집(歌集)에서는 볼 수 없는 가사도 실려 있다. 「연행별곡」·「계우사」 등은 수록 당시에는 널리 유행된 것이라 추측되나,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넷째, 가사가 구비전승되다가 문자로 정착될 때의 변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별어부사」·「낙빈사」·「은군자가」 등은 같은 제목의 다른 이본과 비교할 때 탈락과 첨가가 이루어져 있으며, 그 밖에도 구비전승된 것을 필사한 데서 일어나는 오류가 발견된다.
이 책의 이러한 특성을 통해서 가사가 독자에게 수용된 당대의 양상, 가사의 개념이나 장르, 그 발생과 전파, 일반에게의 애호 양상, 한시부와의 관계 등과 새로운 가사작품을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