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고종 31) 이제마(李濟馬)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는 소음인(少陰人)의 신수열표열병(腎受熱表熱病)에 속하는 울광초증(鬱狂初症)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제마는 소음인 체질은 그 장국(臟局)이 신대비소(腎大脾少)한 특성을 지니므로 신음(腎陰)이 왕성하면 그의 부(腑)에 해당되는 대장이 승양작용(升陽作用)을 하지 못하고 울체(鬱滯)되어 신수열표열병이 생긴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때 밖으로부터 사기(邪氣)가 침입해 들어오면 생리적으로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반응이 일어나 오한 ·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이양(裡陽)의 상승하는 힘이 부족하면 표음(表陰)이 상승하지 못하고 울체되어 울광증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궁귀향소산은 이러한 울광증의 초기증세에 적합한 처방이다.
처방의 구성은 향부자(香附子) 7.5g, 소엽(蘇葉) · 천궁(川芎) · 당귀 · 창출(蒼朮) · 진피(陳皮) · 감초 각 3.75g, 총백(葱白) 5줄기, 생강 3쪽, 대추 2개로 되어 있다. 이는 위역림(危亦林)의 『득효방(得効方)』에 나오는 향소산(香蘇散)에 천궁과 당귀를 첨가한 것이다.
원래 위역림의 향소산은 4계절의 부정지기[四時不正之氣]가 울결(鬱結)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온역(瘟疫)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마는 소음인은 비기(脾氣)가 부족하므로 통혈작용(統血作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오는 병증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혈중기약(血中氣藥)인 당귀와 천궁을 첨가하여 간 · 폐 · 심(心)의 화혈행혈(化血行血) 작용을 도와준 것이다.
즉, 당귀로 양기가 부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고, 천궁으로 간(肝) · 담경(膽經)의 기혈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향소산의 해울(解鬱) 작용은 천궁과 당귀의 양혈행혈(養血行血)하는 작용에 힘입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