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 자수(1664~1737)는 정관파(靜觀派) 승려 추계 유문(秋溪有文, 1614∼1689)의 제자이다. 자수의 본관은 남양 홍(洪)씨이며. 전라북도(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 출신이다. 자수는 운문사(雲門寺)에서 추계 유문에게 수학하였으며, 선과 교는 물론 유교 및 노장(老莊)까지 두루 익혔다. 30세부터 내원암(內院庵)에서 강석을 열었고, 74세에 입적하였다. 추계 유문과 무경 자수, 두 사제의 탑은 완주 종남산 송광사(松廣寺)에 세워졌다.
무경 자수는 선교일치(禪敎一致)와 삼교회통(三敎會通)을 주장한 승려로, 저술로는 『무경실증어록(無竟室中語錄)』 외에도 『무경집(無竟集)』이 있다.
『무경실증어록(無竟室中語錄)』은 2권 1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이다.
『무경실증어록』은 1738년(영조14) 전라북도(현, 전북특별자치도) 임실 사자산 신흥사(新興寺)에서 『무경집(無竟集)』과 함께 간행되었다.
제자 회경(懷瓊)이 지은 「무경당행장(無竟堂行狀)」에 의하면, 고송(古松), 고경(古鏡) 등이 스승의 글을 수합해 『무경집』 4권본을 만든 다음, 세속적(世俗的)인 시문 2권을 별책으로 내고, 출세간(出世間)적인 내용의 법문(法門)을 모아 『무경실중어록』 2권 1책을 간행하였다고 한다.
권1에는 오언게송 6편, 칠언고시(七言古詩) 7편, 오언절구(五言絕句) 74편, 칠언절구(七言絕句) 99편, 오언율시(五言律詩) 7편, 칠언율시(七言律詩) 15편, 게찬(偈讃) 7편, 고사(古詞) 2편, 고어(古語) 9편 등 시를 수록하였다.
권2에는 문(文) 8편, 「선가일용(禪家日用)」 3편 등 총 11편의 글을 실었고, 책 마지막에 간기인 「개간동문록」과 부록 「선교대변」을 수록했다.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1에는 「도량(道場)」, 「시천모단신(示薦母檀信)」, 「진설(眞說)」, 「실중(室中)」, 「시문인(示門人)」 등 오언내편게시(五言內編偈詩) 6편, 「원융문(圓融門)」, 「항포문(行布門)」, 「융통문(融通門)」, 「사정(邪正)」 등 칠언고시 7편, 이어서 「본암(本庵)」 등 오언절구 74편, 「사미안(沙彌眼)」 등 칠언절구 99편, 「고정(古鼎)」 등 오언율시 7편, 「공두(空頭)」 등 칠언율시 15편, 「신도(神道)」 등 게찬(偈讚) 7편, 「무경실(無竟室)」 등 고사 2편, 「시득어망전(示得魚忘筌)」 등 고어 9편을 수록하였다. 이중 칠언절구에는 「조사선(祖師禪)」 11수, 「여래선(如來禪)」 11수를 비롯하여 임종게(臨終偈) 등이 들어있다.
권2에는 「결제염향(結制拈香)」을 비롯하여 「시학인횡견법(示學人橫堅法)」, 「시원돈관심법(示圓頓觀心法)」, 「시격외참선(示格外參禪)」, 「선가정변설(禪家正偏說)」 등의 법어(法語) 7편, 순당(純堂) · 향벽(向壁) · 문답결의(問答決疑)를 담은 「선가일용」이 실려 있다. 이처럼 『무경실증어록』 권2는 법어, 법거량(法擧揚), 깨달음의 경지에 대한 표명, 수행 과정의 지침 등으로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선종 어록의 형식과 특징을 살리고 있다.
권2의 마지막에 덧붙인 「개간동문록」에는 송광사 주지 태밀(泰密)과 전 주지 인옥(印玉) 등 『무경실증어록』을 간행하는 데 동참한 동문 30여 명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으며, 1738년(영조 14) 6월 임실 신흥사에서 이 책을 개판했음을 밝히고 있다.
부록으로 실린 「선교대변」에서는 선과 교가 무조건 같다는 인식을 비판하고,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등에 의거해 ‘방편의 신속함과 철저함’, '도달하는 경지'를 들어 선이 교의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시학인횡견」에서는 "『기신론』의 진여문은 법의 측면에서 본 것이고 생멸문은 방편으로 시간과 공간을 구분한 것으로, 여래선과 조사선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조사선과 여래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자가 모두 격외선이라는 주장으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무경실증어록』은 선과 교에 대한 무경 자수의 핵심 사상을 담은 책이다. 승려들의 문집이 다수 간행되었던 조선 후기에 선종의 전통을 딴 '어록(語錄)'의 명칭을 다시 쓴 책으로 이례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