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法階)는 승려의 수행력과 지도력의 높고 낮음을 부여하는 품계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승과에 합격한 자에게 법계를 부여했으나 현대에는 불교 종단별로 자체의 전형을 통과한 자에게 각각의 법계를 부여하고 있다.
승과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계의 확립 시기는 승과의 실시 시기와 같은 고려 광종 때로 추정된다. 승과에 합격한 승려는 선종(禪宗)과 교종(敎宗) 구별 없이 대덕 · 대사 · 중대사 · 삼중대사의 법계까지 차례로 승진하고, 그 이상은 선종과 교종이 서로 달랐다. 즉 선종의 법계는 선사 · 대선사이고 교종의 법계는 수좌 · 승통이었다. 이들 법계를 교종과 선종, 그리고 승진의 순서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선종(禪宗): 대덕(大德)→대사(大師)→중대사(重大師)→삼중대사(三重大師)→선사(禪師)→대선사(大禪師) 교종(敎宗): 대덕(大德)→대사(大師)→중대사(重大師)→삼중대사(三重大師)→수좌(首座)→승통(僧統)
고려 후기에는 중덕(中德)이라는 법계가 추가되어 조선 초기까지 존속하였다. 법계를 제수할 때는 간관(諫官)의 서경(署經)을 거쳐야 하였고, 임명장 격인 관고(管誥)를 수여하였다. 대덕에게는 별사전(別賜田) 50결이 주어졌고, 1006년(목종 9)부터 대덕 이상의 승려들에게는 법호(法號)까지 더하여 주었다.
법계 제도는 수행승의 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세속적 명리와는 상관없이 시작되었던 것이었으나, 차차 일반 벼슬처럼 그 성격이 변하였다. 법계는 승과에 합격한 승려들에게만 주어지던 것이 원칙이었지만, 왕자가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을 경우 승과를 거치지 않고도 높은 법계를 주는 예외도 두었다. 문종의 넷째 아들이었던 의천(義天)은 승과를 거치지 않고 승통의 법계를 받았고, 숙종의 넷째 아들 원명국사(圓明國師)도 승통의 법계를 받았다. 최이(崔怡)의 아들 만종(萬宗)과 만전(萬全)도 승과를 거치지 않았지만 고승으로 대접받았다. 또한 일반 과거 급제자가 출가하였을 경우에도 승과에 합격하지 않고 법계를 받았다. 국자감시(國子監試)에 합격하였던 혜심(慧諶), 예부시(禮部試)에 급제하였던 충지(冲止)와 천책(天頙)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몽고 간섭 시기 이후에는 법계의 수여가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등 매우 문란해졌다. 충렬왕이 경주에 행차하여 승비(僧批)를 내릴 때, 승려들은 능라(綾羅) 등의 비단을 왕의 측근에 뇌물로 주어 법계를 얻기도 하였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승려를 나선사(羅禪師) · 능수좌(綾首座)라고 조롱하였다. 조계종(曹溪宗)의 승려 경린(景麟)과 경총(景聰)이 충선왕의 총애를 받아 궁중에 드나들면서 대선사를 제수받은 것 또한 고려 후기 법계 제도의 문란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 초기의 법계는 고려 때와 약간 달랐다.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의하여 이때의 법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선종(禪宗): 대선(大選)→중덕(中德)→선사(禪師)→대선사(大禪師)→ 도대선사(都大禪師, 禪宗判事) 교종(敎宗): 대선(大選)→중덕(中德)→대덕(大德)→대사(大師)→ 도대사(都大師, 敎宗判)
법계에 중덕과 대선이 새롭게 등장하고, 특히 중덕이 대선의 상위에 존재하는 점이 주목된다. 중덕이 되면 큰 절의 주지가 될 수 있었다. 1504년(연산군 10)에 승과 제도가 폐지된 뒤 1552년(명종 7)에 부활되었지만, 1556년에 폐지됨으로써 법계 제도 또한 시행되지 못하였다.
민족항일기에는 31본산(三十一本山)에서 제정, 시행하였던 각 본산의 본말사법(本末寺法)에는 법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선종(禪宗): 대덕(大選)→중덕(中德)→선사(禪師)→대선사(大禪師) 교종(敎宗): 대선(大選)→중덕(中德)→대덕(大德)→대교사(大敎師)
또한 본사에서 매년 1회 시험을 치러 합격한 자에게 법계를 수여하도록 하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은 비구계와 보살계를 받은 자로서 안거(安居) 5하(夏)를 성취하고, 4교과(四敎科) 이상을 수료한 자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합격자에게는 처음 대선의 법계를 주고, 2년이 지나서 승진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법계제도는 널리 시행되지 못하였다.
현대불교 종단들은 각 종단별로 일정 기준의 자격을 정하여 법계를 품수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법계를 다음과 같이 부여하고 있다.
비구: 견덕→중덕→대덕→종덕→종사→대종사 비구니: 계덕→정덕→혜덕→현덕→명덕→명사
비구의 종덕 · 대덕 · 중덕 · 견덕 법계와 비구니의 현덕 · 혜덕 · 정덕 · 계덕 법계는 고시 전형으로 한다. 비구의 대종사와 종사 법계와 비구니의 명사와 명덕 법계는 특별 전형으로 하고 있다.
법계를 품서받고자 하는 승려는 결계록에 등재되고 다음의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종사(명사): 승랍 40년 이상 종사(명덕) 법계 수지자 종사(명덕): 승랍 30년 이상 종덕(현덕) 법계 수지자 종덕(현덕): 승랍 25년 이상 대덕(혜덕) 법계 수지 및 1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자 대덕(혜덕): 승랍 20년 이상 중덕(정덕) 법계 수지 및 2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자 중덕(정덕): 승랍 10년 이상 견덕(계덕) 법계 수지 및 3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자 견덕(계덕): 승랍 10년 미만 4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자
대종사와 명사 특별 전형은 법계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연 2회(상반기, 하반기) 심사하여 선정하고 중앙종회의 동의와 원로회의의 심의 · 의결을 거쳐야 한다. 종사와 명덕 특별 전형은 법계 위원회의 심의 · 의결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