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심은 주로 『서장』에서 주창한 간화선(看話禪)으로 선법을 체득하였고, 또 학도를 그 법으로 지도하였다. 이처럼 혜심이 『서장』을 중요시하였으므로 『대혜어록』 30권 중 그 부분을 따로 뽑아서 이 책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으로 보아 후인의 가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혜가 죽은 뒤 수백 년 후인 원나라 고봉(高峯)의 『선요(禪要)』에 대한 언급이 있기 때문이다.
1권. 필사본.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이 책은 먼저 『서장』의 참된 의의를 밝히고 있다. 『서장』의 전부대지(全部大旨)는 ‘척사해현정견(斥邪解現正見)’이라 하여 삿된 견해를 물리치고 정견을 나타냄에 있음을 밝혔고, “화두(話頭)를 참구하는 것을 정(正)이라 하고, 정을 잊고 묵조하는 것(忘情默照)을 사(邪)라 한다.”라고 하여 간화선과 묵조선(默照禪)의 차이를 간략히 구별하였다.
다음으로 대혜의 행적과 도를 깨달은 인연을 밝혔다. 그리고 『서장』에 수록된 편지 65장(狀) 가운데 상대방에서 보낸 것이 3장이고 그 중에 1장은 별지(別紙)라는 것, 나머지 62장은 모두 답장이고 그 중에 44장은 장주(狀主)의 명호가 있으며 나머지 18장은 회답뿐이라는 것, 44장 가운데 깨달은 사람이 9인이고 깨닫지 못한 자가 35인이라는 것을 밝혔다.
다음으로는 하나하나의 편지에 담긴 참뜻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예를 들면 첫 번째에 수록된 「답증시랑(答曾侍郎)」의 대의는 자기 소견을 바쳐 법요를 구한 데 대하여 모두가 환(幻)인 줄 알고 착실히 공부를 할 것과 사량(思量)에 떨어지지 말고 올바로 공부를 지을 것을 밝힌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을 가하고 있다. 65장 모두 이와 같은 요지의 해석이 있어 『서장』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는 깨달은 사람을 소개하였는데, 장승상(張丞相)·진국부인(秦國夫人)·유보학(劉寶學)·조대위(曹大尉)·양교수(楊敎授)·증시랑(曾侍郎)·황문사(黃門司)·하운사(夏運使)·이참정(李參政) 등 9인이다.
끝으로 「서장기(書狀記)」라 하고 각 장의 주요한 부분을 주석하였다. 이 글과는 다른 『서장기』가 별권의 책으로 전하고 있는데, 이 또한 혜심이 저술한 것이지만 이 책의 「서장기」보다는 해설이 간단하고 정확하지 못하다. 따라서 먼저 『서장기』를 짓고 다음에 증보·수정하여 편술한 것이 이 책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