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는 1770년(영조 46) 광주 무등산 안심사(安心寺)에서 제작되어 송광사 화엄전으로 옮겨져 후불도로 봉안되었다. 조계산 일대에서 활동한 화승인 화연(華蓮), 붕찰(朋察), 안성(安性), 성평(性平), 성옥(性玉), 덕함(德箴), 육성(六性), 재선(在禪), 영의(永宜), 원혜(元慧), 설징(雪徽), 관여(寬如), 준한(峻閑)이 함께 그렸다.
화엄경변상도는 80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서 설한 7처 9회의 설법 장면을 한 폭의 화면에 압축적으로 묘사한 불화이다. 여기서 '7처'는 부처가 설법을 한 일곱 장소를, '9회'는 설법의 횟수를 뜻한다. 화엄경변상도는 1765년 김룡사, 1770년 송광사, 1780년 선암사, 1790년 쌍계사, 1811년 통도사에서 제작된 사례가 전하나, 현재 송광사본과 통도사본만 남아 있다.
세로 281.5㎝, 가로 268㎝의 화폭에 7처 9회에 걸친 설법 장면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과 하단을 구름으로 구분하고, 상단에는 천상에서 진행된 도리천회(忉利天會), 야마천궁회(夜摩天宮會), 도솔천궁회(兜率天宮會), 타화자재천궁회(他化自在天宮會)를 배치하였다. 하단에는 지상에서 이루어진 보리도량회(菩提道場會)와 세 차례의 보광명전회(普光明殿會), 그리고 서다림회(逝多林會)가 그려져 있다. 각 회상에는 노사나불과 설주보살, 법을 청하는 성중(聖衆)이 배치되어 있다. 화면 하단에는 커다란 연꽃이 그려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회색의 파도와 나뭇결이 표현되어 있다. 연꽃 위에는 크고 작은 111개의 원이 배치되어 있으며, 각 원 안에는 글자가 적혀 있다. 이 장면은 『화엄경』에서 언급된 주1에서 피어난 연꽃 속의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는 조선시대 화엄경변상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심오한 화엄경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불화이다. 화엄세계의 정교한 묘사를 통해 화엄계 불화의 전범(典範)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화엄경변상도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9년 국보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