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와 같은 말이다. 연령적으로 10대 전후까지의 여자가 많이 사용하나, ‘오라버니’보다는 다정한 느낌이 드는 말이기도 하다. 어버이가 딸에게 아들을 일컬을 때에는 ‘오라비’ · ‘오라범’이라 하기도 한다.
한편 ‘오라비’는 여자가 오라버니를 낮추어 일컫거나, 남에게 자기의 남동생을 이를 때에도 사용한다. 사투리로는 ‘오라방’ · ‘올배’ · ‘오랍시’ · ‘오랍동생’ 따위가 있다. 또한, ‘오라범’은 ‘오라비’의 좀 높임말이 되기도 하고, 아주 높임말은 ‘오라버님’이 된다.
‘오라비’ · ‘오라버님’은 조선시대의 문헌에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오라바님’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에 반하여 오빠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루어진 말인 것 같다. 최초의 필사본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는 ≪국한회어 國漢會語≫(1895)에는 오빠라는 낱말이 없기 때문이다.
문세영(文世榮)의 ≪ 조선어사전≫(1938)에 와서야 ‘오빠:계집애가 오라비를 부르는 말’로 들어 있고, 한글학회의 ≪ 큰사전≫(1957)에는 ‘오빠:오라버니의 어린이 말’로 해설되어 있다.
‘오빠’라는 말이 뒤에 이루어진 것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구조에서라고 볼 수 있다. ‘압(父)+아(호격조사)→아빠(된소리화)’와 같이 오라비의 ‘오’에 ‘빠’가 이어진 것이다. 오빠가 등장하는 민요도 적잖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금세기 전후에 불려진 것으로 보인다. 몇 수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멍텅구리 우리 오빠 · 과거 보러 서울 가서/노비 열냥 빼앗기고/급제장원 꿈꾸다가/낙제퇴각 만나고서/어제 저녁 개짖는데/살작 들어 자는 꼴은/똑 미워서 못 살겠네”(남해지방), “청춘이라 조비 끝에/무정하신 우리 오빠/부부일신 알아주고/형제일신 몰라주나/오빠가요 안살찌면/하나님이 날 살찌지/오빠 죽어 개구리 되어/나는 죽어 배암 되서/오월이라 단오날에/미나리강에 만나보자.”(대구지방).
“우리 오랍시 남잔골로/논도 차지 밭도 차지/대궐 같은 집도 차지/하늘 같은 부모 차지/요네 나는 여잔골로/묵고 가는 밥뿐이요/입고 가는 옷뿐이요/시켜주소 시켜주소/글공부나 시켜주소.”(광양지방).
이와 같은 노래에서는 노자만 잃고 과거에 떨어진 오빠, 부부일신만 알고 남매간의 정은 모르는 오빠, 같은 집안에 살면서도 남존여비로 인하여 오빠의 위치만이 높은 데 대한 누이로서의 불만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이에 반하여 다음의 노래들은 다르다. “우리 형님 가는 길에/연지 분지 걸렸거라/우리 오빠 가는 길에/황금떵이 걸렸거라.”(부천지방)의 노래는 오빠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빌고 있으며, “우리 올배 없었드면/어느 누가 다정함이 많아/십리 장을 팽이 치듯/서돈 주고 사다 줄까.”(영주지방)는 갑사댕기를 사다 준 오빠의 다정함을 노래하고 있다. 같은 어버이에게서 태어난 오누이 사이는 서로 화목하고 정겨운 사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