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공덕(念佛功德)을 주제로 하여 지은 불교소설로, ‘왕랑전(王郎傳)’이라고도 한다. 한문본과 국문본의 두 가지가 전하는데, 현존하는 최고본은 1637년(인조 15) 화엄사에서 간행한 『권념요록(勸念要錄)』(목판본)으로, 서문 다음에 단락별로 토를 단 한문과 국문으로 된 본문을 싣고 있다.
이본으로 동화사(桐華寺)에서 간행한 『아미타경언해(阿彌陀經諺解)』(1753), 해인사에서 간행한 『연종보감(蓮宗寶鑑)』(1776), 선운사(禪雲寺)에서 간행한 『보권문(普勸文)』(1787) 등은 한문·국문 대역(對譯)의 본문을 권말에 부록하고 있다. 화엄사본은 체재와 국역상의 조어(措語) 등에서 다른 본들과 구별된다.
「왕랑반혼전」은 염불공덕을 고취하여 일반 서민을 교화할 목적으로 쓰여진 불교소설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길주 왕사궤(王思机)는 죽은 아내 송씨(宋氏)의 방문을 받았다. 송씨는 왕랑이 배불(排佛)한 일로 명부에 끌려가 심판받게 될 것을 알리고, 그 구제책으로 불상 앞에서의 염불할 것을 당부하고 가버렸다.
왕랑을 잡으러 온 명부의 사자가 왕랑의 염불하던 광경을 본 대로 염왕(閻王)에게 아뢰니, 염왕은 아내 송씨와 함께 왕랑을 다시 살려 인간세상으로 내보냈다. 죽은 지 오래 된 송씨는 월지국(月氏國) 옹주(翁主)의 몸에 혼을 의탁하여 환생하였다. 부부는 다시 세상에서 만나 함께 불공을 닦아 극락세계에 태어난다.
「왕랑반혼전」의 작자에 대해서는, 작자를 미상으로 보는 설과 보우(普雨)로 보는 설이 있다. 『권념요록』의 서문을 고증한 결과, 이 작품은 16세기 중엽 보우의 작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근년에 나타난 1304(大德 8)년에 간행된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에 『궁원집(窮原集)』에서 인용한 「왕랑전」(한문)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왕랑전」 한문원작은 14세기 이전의 작품임이 밝혀졌다.
보우는 전대의 「왕랑전」(한문)을 부연, 윤색하여 국문으로 옮겼던 것인데, 『권념요록』 수록분은 바로 보우가 윤문한 한문 「왕랑전」과 이를 옮긴 국문 「왕랑전」으로 보인다. 화엄사본 『권념요록』의 표기를 들어 작자 미상의 15세기 작품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왕랑반혼전」도 『삼국유사』의 불교설화로부터 ‘불교소설’로 전개된 획기적 작품이며, 국문소설이 당초 한문을 발판으로 삼아 시작된 사실을 보이는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