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3책. 한문 목활자본. 김유신(金庾信)의 전기(傳記)로 겉표지에는 ‘각간집(角干集)’이라 쓰여 있다.
이 책에는 1899년에 쓴 조의현(趙儀顯)의 서와 허담(許燂)·김종훈(金淙壎)의 발문, 그리고 1900년에 쓴 이집하(李集夏)의 서와 김창우(金昌宇)·김치복(金致馥)의 발문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작자와 연대 미상의 『각간연의서(角干演義書)』를 바탕으로 간행된 것이다.
현재 규장각도서본을 비롯하여 지례본(知禮本 : 1897년 간행)·김원배본(金元培本 : 1902년 간행)·경신본(庚申本 : 1924년 활판으로 간행)이 있다. 이 외에도 1924년에 다른 제목으로 간행된 『개국공실기(開國公實紀)』 등 5, 6종의 이본이 전해오고 있다.
이 작품은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조를 뼈대로, 여러 설화와 구전되던 전설들을 가미하고 『삼국지연의』를 모방하여 소설식으로 번안한 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유신은 관향이 김해, 가락태왕(駕洛太王)의 13세손이다. 한 스님이 김유신의 이름을 보고 천하에 떨치는 귀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김유신은 천관(天官)의 집에 갔던 말을 베고 돌아온 뒤 중앙석굴에서 무술 수련을 한 다음, 신인에게서 비결과 보검·용마·부하장수들을 얻는다. 조부의 꿈 속 지시에 의하여 낭비성전(娘臂城戰)을 위기에서 구하고 대승하였다. 백결(白結)의 문하에서 김춘추(金春秋)를 만났고, 김춘추의 둘째 여동생에게 장가든다.
백제의 침공을 받자 김춘추가 사위 김품석(金品釋)을 잃고 고구려로 원병을 청하러 가서 투옥된다. 이에 김유신은 김춘추를 구하고자 고구려와 싸우고, 또 백제군과 싸워 일곱 고을을 얻는다. 늙은 종 춘덕(春德)을 시켜 고구려 옥부(玉符)를 가져오게 한 계략으로 역적 비담(毘曇)을 토벌하는 데 성공한다.
김춘추가 당나라에 구원을 청해서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치러 왔는데, 성충(成忠)의 뇌물을 받고 환군한다. 이에 김유신은 백제의 장수 이정복(李正福)을 귀순시키고 그의 말대로 미인계를 써서 백제를 음일(淫佚)하게 하였으며, 성충을 궁지에 몰아넣어 귀양가게 하였다.
황산벌싸움에서 이기고, 김유신의 지시대로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삼아 백강에서 용을 낚아 무사히 강을 건넌다. 그 뒤 백제를 멸망시키고 크게 잔치를 한다.
그리고 천문을 보고 고구려의 남침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왜군과 연합해 싸워서 이를 격퇴시킨다. 종묘에 개선을 알리고, 탐라(耽羅)·유구(琉球)·우산(于山)·예맥(穢貊) 등에서 조하(朝賀 : 관원들이 조정에 나아가 임금께 드리는 하례)를 받는다.
무열왕이 태자를 불러 김유신에게 맡기며 잘 도와주라는 유언을 하고 죽으니, 태자가 문무왕이 되어 정사를 모두 김유신에게 맡긴다.
연개소문이 남침하여 원술(元述)을 이기자, 김유신이 서도(西都)에서 계림으로 돌아와 문무왕을 안심시킨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치기로 하자 신라군사도 북진을 하였다.
백제 종실 복신(福信)이 고구려를 위해 싸웠으나 김유신의 계책으로 고구려군을 크게 이긴다. 김유신이 선견지명으로 흑치상지(黑齒常之)의 백제 유군(遺軍)을 무찌르고, 봉상정경평양군개국공(奉常正卿平壤郡開國公)이 된다.
666년(보장왕 25)에 연개소문이 죽고 내분이 생기자, 김유신의 지시를 받은 신라군이 당나라 병사와 함께 고구려를 친다. 소정방이 신라·고구려의 싸움에 어부지리를 얻을 생각으로 군사를 이끌고 돌아오자, 김유신이 한 계책을 내어 당진땅에서 사향가(思鄕歌)를 불러 여러가지 트집과 욕심을 부리는 당나라군을 회군시킨다.
김유신은 왜승 현효(玄曉)를 잡아서 왜군의 침공을 미리 예방한 다음 고구려를 평정하고 79세에 운명한다. 혜공왕 때 김유신의 자손인 김융(金融)이 죄없이 죽자 돌개바람이 되어서 꾸짖으니, 혜공왕이 신하를 묘에 보내어 사죄하고 김유신의 명복을 빌게 했다.
이 작품은 김유신의 일생에 『삼국유사』·『동국여지승람』·『동경잡기(東京雜記)』 등 문헌에 실린 여러 설화와 구전되어오던 전설을 더해서,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허구적인 문학작품으로 짜놓은 연의소설(演義小說)이다.
소설 『삼국지』식의 윤색을 하면서도 작가정신에 투철할 뿐 아니라, 오히려 주체의식에 넘쳐 스스로를 높여 과시하고 자랑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기 나라 인물에 대하여 무관심했다고 할 조선조의 문단상황을 볼 때, 신라의 장군 김유신을 영웅으로 승화시킨 주체적 작가정신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