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푸집을 이용하여 같은 형태의 기물을 복수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단조법(鍛造法)과 함께 금속공예 성형에 대표적 기법으로 꼽힌다.
주조법은 서기전 1천년경의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국내의 청동기유적에서 발견된 석제 거푸집은 늦어도 서기전 700년 전부터는 국산 청동기가 주조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청동기에 이어 들어온 철기 역시 주조법으로 무기 및 생활용기를 제작하여 청동기시대 이후의 금속공예 발달에 적극 기여해 왔다. 이 기법은 청동기시대의 의기(儀器)를 비롯하여, 삼국시대 이래의 종 · 불상 · 초두 등 불교용구, 동호(銅壺) · 동합(銅盒) · 철부(鐵釜) 등 공예품, 금속활자 등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였다. 주조된 공예품은 용범(鎔范), 주형(鑄型) 또는 주범(鑄范)으로 불리는 거푸집의 정교성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된다.
청동기시대의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이나 최근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백제의 금동대향로(국보, 1996년 지정), 통일신라시대의 범종은 물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문화적 저력은 우리 나라 주조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 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자 · 컴퍼스 등 기하학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뉴세문경과, 복잡한 부재들을 치밀하고 빼어난 조형 감각으로 완벽하게 주조해낸 금동향로의 제작기술은 무엇보다도 주조의 기본틀인 정교한 거푸집과 밀도 높은 표현이 가능한 밀랍성형 기법을 통해 얻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후대로 내려올수록 생활용기는 철기와 유기(鍮器)가 주종을 이룬다. 이 가운데 특히 주조법에 의한 주물유기는 구리와 아연을 합금하여 촛대 · 제기(祭器) · 화로를 비롯한 각종 생활용기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으며, 경기도 안성(安城)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주조법과 관련된 전통 기술분야는 유장(鍮匠) · 주장(鑄匠) · 야장(冶匠) 등이 있으며, 이들은 관장(官匠)으로서 경공장(京工匠) · 외공장(外工匠) 체제에 분속되거나, 민간에서 민수용 금속공예품의 제작을 담당하였다.
근대 이후의 주조법은 쇳물을 녹이는 용해(熔解), 거푸집을 만드는 주형 및 중자(中子)의 제작, 주조과정을 담당하는 분야 등으로 전문화된 협업 또는 독립된 분업체제를 통해 제작되고 있으며, 모래 · 밀랍뿐 아니라 왁스 · 오징어뼈 등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