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임정국 대감과 김진국 부인 부부는 늦게까지 자식이 없었다. 부부가 큰 절에 시주를 하고 백일 불공을 드렸는데, 시주가 약간 모자란 탓으로 딸 아기를 낳았다. 딸 아기가 15세 되는 해에 부모가 타지로 벼슬살이를 떠나게 되었다. 딸은 데리고 갈 수가 없으므로 방 안에 가두어 문을 잠그고, 종에게 문구멍으로 밥과 옷을 주며 키우도록 당부하고 집을 떠났다.
어느 날, 황금산 도단 땅 절에서 온 주자 선생이 아기씨의 집에 왔다. 아기씨에게 직접 시주를 받은 뒤 아기씨 머리의 가마를 만지고 돌아가니, 그 뒤 아기씨는 임신한 몸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노하여 딸을 내쫓았다. 딸은 갖은 고생을 하며 남편인 주자 선생을 찾아갔다. 아기씨는 신표를 보이고 시험을 통과한 끝에 주자 선생의 부인임을 인정받고, 따로 집을 정해 살면서 얼마 뒤 아들 삼 형제를 낳았다. 각자의 이름은 ‘본멩두’ · ‘신멩두’ · ‘삼멩두’라고 했는데, 이들을 젯부기 삼 형제라 한다.
삼 형제가 자라서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데, 양반의 자식들에게 갖은 학대를 받았다. 그러나 참고 공부를 마쳐 양반의 자식들과 함께 과거를 보러 갔다. 삼 형제만이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양반의 자식들이 삼 형제가 중의 자식임을 발설하는 바람에 결국 낙방하고 말았다. 양반의 자식들은 삼 형제가 앞으로도 과거 응시를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자지멩왕 아기씨를 감금하고 어머니가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삼 형제에게 알렸다. 삼 형제는 낙담하여 과거를 포기하고 어머니를 찾으려고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려 내려면 삼 형제의 팔자를 그르쳐야 한다고 방법을 알려 주었다. 삼 형제는 악기의 신인 너사메너 도령과 의형제를 맺어 북 · 장구 · 징 등 무악기를 만들고 울려 어머니를 살려 내고, 쇠철이 아들이 만든 무구 신칼로 양반들의 목을 베어 복수하였다. 삼 형제는 이렇게 굿법을 시작하여 삼시왕 무조신이 되었고, 그 어머니인 아기씨는 삼천전제석궁에 좌정한다.
한편, 젯부기 삼 형제는 유 정승 집안에 팔자를 그르친 딸 아기가 태어나게 한다. 유정승 따님 아기는 굿법을 배워 심방이 되었다.
귀하게 자란 딸이 중의 아들을 낳게 된다는 본풀이의 앞부분은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제석본풀이」 무가와 유사하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이 무가의 주인공이 주로 ‘삼신’ 또는 ‘삼불제석’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를 낳게 해 주는 신이나 수명과 복을 치관장하는 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초공본풀이」의 전반부는 「제석본풀이」 무가와 비슷하지만, 후반부는 주인공들이 심방의 수호신 또는 시조가 되었다는 결말로 이어지는 내용이라 특징적이다.
「초공본풀이」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굿을 실행하는 심방의 기원을 설명하는 기원 신화라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심방은 자신에게 내린 개별적인 신을 모시지 않고 멩두 조상을 모신다. 젯부기 삼 형제는 멩두를, 삼 형제의 어머니인 아기씨는 멩두를 모시는 당주를, 유 정승 따님 아기는 심방을 의미한다. 한국 무속에서 무조신으로 여겨지는 바리데기, 공심 등과의 관계 해명이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