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호랑이」는 토끼가 힘으로 위협하는 호랑이를 꾀로써 골탕 먹이는 내용의 민담이다. 이 설화는 동물담 유형군의 하나로, 여러 독립된 삽화로 유형화된다. 「호랑이 꼬리 낚시」·「돌떡 먹는 호랑이」·「참새 기다리는 호랑이」 등의 유형이 있다. 「토끼와 호랑이」 설화의 꾀쟁이 토끼는 설화적 ‘사기꾼(trickster)’적 성격을 지닌다. 또한, 토끼와 호랑이를 지혜로운 민중과 횡포를 일삼는 권력자의 상징으로 볼 때, 토끼와 호랑이의 관계에는 권력층에 대한 민중 의식과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동물담(動物談)에 속하며 호랑이 입장에서는 치우담(癡愚譚), 토끼의 입장에서는 지략담(智略談)으로 분류할 수 있고, 전국적으로 전승(傳承) 분포를 보이는 광포설화이다.
꾀 많은 토끼와 어리석은 호랑이의 대비를 중심으로 여러 독립된 삽화로 존재하는 설화 유형군이다. 이 유형군에 속하는 「토끼와 호랑이」의 독립된 단일 서사 유형은 다음과 같다.
① 토끼가 한겨울에 호랑이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자, 호랑이에게 꼬리를 물속에 넣고 기다리면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일러 준다. 호랑이가 토끼의 말대로 하자 꼬리가 얼어붙어 꼼짝할 수 없게 되고 토끼는 유유히 도망친다.
② 토끼가 호랑이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자, 토끼가 돌을 불에 달구고는 이것을 떡이라 하고, 꿀을 얻어 올 테니 기다리라고 속인 뒤 도망친다. 호랑이가 토끼를 기다리다가 못 참고 불에 달구어진 돌을 집어 먹다가 혼이 난다.
③ 토끼가 호랑이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자, 호랑이에게 참새떼를 잡게 해 주겠으니, 눈을 감고 있으라고 일러 준다. 호랑이가 눈을 감고 기다리자, 토끼는 숲에 불을 놓고 도망간다.
④ 토끼가 호랑이에게 잡힌 뒤 자신은 뭇짐승들이 모두 도망갈 정도의 강자라고 허세를 부린다. 호랑이는 짐승들이 도망치는 걸 보고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인 줄 모르고 토끼를 보고 도망치는 것으로 오해하여 자신도 도망친다.
⑤ 토끼가 호랑이에게 잡힌 뒤 호랑이보다 더 센 짐승이 있다고 말한다. 토끼가 호랑이를 물가로 데려가니, 호랑이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싸우려 달려든다.
⑥ 호랑이가 함정에 빠진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사람이 토끼에게 재판을 부탁한다. 토끼는 처음의 상황을 알아야겠다면서 호랑이를 다시 함정에 들어가게 한다. 토끼는 사람에게 함정의 문을 닫게 한다.
① 유형은 「호랑이 꼬리낚시」 ② 유형은 「돌떡 먹는 호랑이」 ③ 유형은 「참새 기다리는 호랑이」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⑥ 유형은 「토끼의 재판」 혹은 「은혜 모르는 호랑이」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①~⑤ 각 유형은 독립된 삽화로 전승되기도 하고, 전승자의 서사 구성 능력에 따라서는 각 유형의 설화들이 서로 결합하여 한 편의 「토끼와 호랑이」 설화로 전승되기도 한다. 「토끼와 호랑이」 단일 유형 중에는 ① · ② · ③ 유형이 가장 많이 결합한다.
⑥ 유형 「토끼의 재판」 혹은 「은혜 모르는 호랑이」 설화는 일반적으로 ①~⑤ 유형과 결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독립된 단일 서사로만 전승된다.
「토끼와 호랑이」 설화에서 꾀쟁이 토끼는 설화적 ‘사기꾼(trickster)’의 유명한 예인데, 서구에서는 ‘르나아르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동물 사기꾼 이야기의 결말에는 특정 동물들의 현재 모습과 습성이 생기게 된 연유를 밝히는 설명이 덧붙는 경우도 많다.
동물 사기꾼은 대개 약자인 경우가 많으며 흔히 탐욕스러운 강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이나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된다. 이때 동물 사기꾼은 겉으로는 강자에게 순응하는 체하지만, 속으로는 그 특유의 슬기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강자를 골려 주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토끼가 행한 속임수는 고의적이라기보다는 부득이한 상황 속에서 순간적으로 약자가 대처한 자기방어적인 대처이다. 또한, 호랑이는 힘을 앞세워 약자를 핍박하는 권력자를 상징하고, 토끼는 힘이 없지만 지혜로써 권력과 맞서는 민중을 상징하며, 토끼와 호랑이의 관계는 권력층에 대한 민중 의식과 사상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