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양각도철문 정형 향로는 고려 중기에 제작된 청자 향로이다. 12세기 초에 유입되는 북송대 예서에 수록된 고동기(古銅器)의 형태를 모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12세기에 청자 제작 과정에 새롭게 등장하는 도범(陶範)을 이용하여 형태와 문양을 찍어낸 조형성이 우수한 작품이다. 2017년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고,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청자 양각도철문 정형 향로는 중국 고대 청동기의 형태를 모방하였으며, 도범(陶範)을 이용하여 형태와 문양을 찍어내었다. 도범은 중국 요주요(耀州窯), 정요(定窯) 등에서 유입되어서 12세기 청자 제작 과정에 새롭게 등장하는 제작 기술로서 청자의 조형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범으로 제작된 양질의 청자편이 강진 용운리, 사당리 요지에서 출토되며, 용인 보정리 요지, 음성 생리 요지 등에서 확인되어서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선화박고도(宣和博古圖)』는 송의 예제(禮制) 개혁 과정에서 수집된 고동기(古銅器)를 엮은 청동기 도록으로 송대뿐만 아니라 고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12세기 초 고려 예종(재위 1105~1122)의 예제 개혁과 정비 과정에서 『선화박고도』 와 같은 북송 대 예서(禮書)가 유입되면서 왕실의 의례기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려 중기에 중국 고동기를 모방한 청자 향로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중기에 제작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자 도철문 방정형 향로」는 『선화박고도』에 포함된 「상소부정(商召夫鼎)」과 크기, 형태, 문양, 명문 구성도 유사하여 주목되었다. 고려 중기에 제작되는 여러 점의 정형청자가 『선화박고도』에 수록된 고동기를 모본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청자 양각도철문 정형 향로는 삼족(三足)의 원형 정(鼎)을 모방하여, 몸체, 세 개의 다리, 양쪽의 귀 부분을 따로 제작하여 접합하였다. 몸체의 형태와 문양은 도범을 이용하여 찍어내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였다. 몸체는 원형으로 중간에 깊은 골을 중심으로 상 · 하 두 단으로 나누고, 상 · 하 단에 돌대를 세로로 부착하여 여섯 면으로 구분하였다. 상 · 하단 각각의 면에 구성된 뇌문(雷文), 도철문(饕餮文)과 세 다리와 두 귀에 표현된 음각 문양에서 고동기의 영향을 볼 수 있다.
유색은 전체적으로 비색에 가까운 회녹색이며 산화 번조되어 일부 갈색을 띠고 있다. 세 다리의 접지면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내화토빚음을 받치고 번조한 흔적이 남아 있다.
청자 양각도철문 정형 향로는 도범을 이용하여 매우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12세기 비색청자의 범주에 포함되는 높은 조형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청자 향로는 삼족 원정의 중국 고동기 형태를 수준 높게 방제한 예로서, 12세기 고려 왕실 의례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17년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고,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