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기법은 백토와 자토에 물을 섞어 걸쭉한 상태로 만든 백토니(白土泥)와 자토니(赭土泥)로 문양을 그려서 장식하는 것이다. 성형한 그릇 면에 백토니와 자토니를 이용하여 문양을 그린 후에 유약을 바르고 번조한다. 백토니는 백색으로, 산화철 성분이 높은 자토니는 흑색으로 변하여 문양에서 흑백의 대조를 볼 수 있다. 문양은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단순화된 형태가 많으며 붓을 이용하기 때문에 표현이 자유로운 편이다.
크기는 전체 높이 29.7㎝ 최대 지름 18.3㎝ 승반 높이 8.8㎝이다. 표주박 모양의 주자, 뚜껑, 승반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 예이다. 퇴화 기법으로 시문된 문양은 붓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필치가 돋보이며 초화문(草花文)의 백색 바탕과 흑색 문양이 대비되면서 생동감을 준다. 퇴화 기법의 흑백 문양은 주자의 몸체, 주구(注口), 어깨, 뚜껑, 승반 등에 표현하여 장식적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표주박모양 주자의 몸체에 표현된 주문양은 커다란 원을 백토니로 그리고 중간 부분의 백토니를 긁어내어 백색의 원문과 원문대(圓文帶)를 만들었다. 백색 원문에는 자토니로 초화(草花)를 그리고, 원문대에는 당초문을 음각하였다. 주자와 승반은 모두 굽 접지면에 유약을 닦아내고 내화토빚음을 받쳐 번조하였다.
청자주자와 승반은 단정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형태와 주자, 승반, 뚜껑이 모두 남아 있는 드문 경우이다. 고려 중기에 제작된 세련된 퇴화기법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어서 현존하는 고려청자 중에서 퇴화기법을 대표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2017년 3월 8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