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본. 필사자 미상. 명대 역사소설 『잔당오대사연의전』(60회)을 번역한 책이다. “잔당오대(五代殘唐)” 또는 “잔당오대사연의(殘唐五代史演義)”라고도 한다. 작자는 나관중(羅貫中)이라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잔당오대연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조선에 유입되어 읽혔다. 허균(許筠, 1563∼1618)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의 『순오지(旬五志)』, 윤덕희(尹德熙)의 「소설경람자(小說經覽者)」, 완산 이씨(完山李氏)의 『중국소설회모본(中國小說繪模本)』 등에 서목이 보인다.
『잔당오대연의』는 『천수석(泉水石)』 『화산선계록(華山仙界錄)』 『잔당연의(殘唐演義)』 『남송연의(南宋演義)』와 연결되는 창작소설로 보기도 하였으나, 중국 소설 번역본으로 확인되었다. 한글필사본 『잔당오대연의』는 장서각에 소장된 5권 5책이 유일하다. 중국 목판본은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중국 석인본은 동아대학교, 용인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다.
『잔당오대연의』는 당나라 말 희종(僖宗) 즉위 1년(874)부터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를 거쳐 조광윤(趙匡胤)이 송을 건국하기까지 약 80여 년 간의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나라 희종 연간, 무과에 장원급제한 황소(黃巢)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쫓겨나자 반란을 계획한다. 황소가 반란을 일으켜 장안(長安)으로 쳐들어가자 희종은 달아난다. 장수 주온(朱溫)은 희종의 누이를 아내로 삼는다. 한편 희종은 황소를 제압하기 위해 이극용(李克用)을 불러들인다. 정벌에 나선 이극용은 이존효(李存孝)의 용맹스러움을 보고 그를 의자(義子)로 삼는다. 이극용은 이존효를 선봉으로 삼아 황소군(黃巢軍)을 대파하고 황소는 자결한다.
이극용은 주온이 자신을 불질러 죽이려 하였고 희종이 그를 양왕(梁王)에 봉하자 대로하여 군사를 일으킨다. 희종은 간신에게 시해당하고 이후 소종(昭宗)이 즉위한다. 이어 이존효가 죽으면서 이극용의 세력이 약화되자, 주온은 소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양(梁)나라를 세운다. 주온은 며느리를 간음하다가 아들 우규(友珪)에게 살해당하고 우규는 다시 아우에게 살해당한다.결국 이극용의 아들 장종(莊宗)이 양나라를 멸망시킨다. 당나라 내부의 전란과 왕조 교체의 혼란은 조광윤이 송나라를 세움으로써 막을 내린다.
『잔당오대연의』는 『삼국지』 『열국지』 『동서한연의』 『수당연의』 『북송연의』 등과 함께 이른 시기에 유입되어 오랜 기간 향유된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전래된 시점은 16세기 이전, 번역된 시점은 18세기 중반 이전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에 중국 역사소설은 문학적 성취와 흥미를 추구하는 오락적 기능과 중국 역사를 익히는 지적 수단 역할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규방의 여성들이 즐겨 읽은 독서물이었다.
한글필사본 『잔당오대연의』는 현존하는 유일한 번역본이라는 점에서 문헌적 가치가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만 상상력을 첨가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내용 구성과, 선과 악으로 대립되는 인물 형상이 특징적이다. 번역 양상은 직역에 가까우나 역자의 의도나 창의성을 보이는 부분도 있다. 번역필사본은 당시의 어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근대 국어의 언어 현상을 점검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잔당오대연의』는 근대 국어의 표기법, 감탄법, 어미, 시상체계 등 여러 문법 현상을 살펴보는 한글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