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 신화』는 일지사에서 서정주의 시 「해일」 · 「신부」 · 「상가수의 소리」등을 수록하여 1975년에 간행한 시집이다. 서정주의 여섯 번째 창작 시집으로 총 45편의 산문시로 이루어져 있다. 산문 지향적 성격이 강해지는 후기시의 출발점이 된다. 서정주의 고향인 질마재에서의 유년 체험과 설화를 소재로 하여, ‘질마재’를 하나의 원형적 공간으로 창조해 내고 있다. 설화를 단순히 시의 소재로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설화의 구비적 특징과 적층성을 양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1975년 일지사에서 발행하였다.
『질마재신화』는 서정주의 여섯 번째 창작 시집으로서, 산문 지향적 성격이 강해지는 후기시의 출발점이 되는 시집이다. 총 45편의 산문시로 이루어져 있는 이 시집은 서정주의 고향인 질마재에서의 유년 체험과 설화를 소재로 하여, ‘질마재’를 하나의 원형적 공간으로 창조해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신부」, 「해일」, 「상가수(上歌手)의 소리」,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 기운」,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알묏집 개피떡」, 「말피」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설화나 전설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네 번째 시집 『신라초』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전 시들이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에 주로 의존하던 것(“살[肉體]의 일로써 살의 일로써 미친 사내에게는/ 살 닿는 것 중 그중 빛나는 황금(黃金)팔찌를 그 가슴 위에,/ 그래도 그 어지러운 불이 다 스러지지 않거든/ 다스리는 노래는 바다 넘어서 하늘 끝까지.”-「선덕여왕의 말씀」)과는 달리, ‘질마재’라는 마을에 구전되는 설화나 속신을 과감하게 시에 도입함으로써 일상적 현실에 좀더 밀착해 있다.(“모시밭 골 감나뭇집 설막동(薛莫同)이네 과부(寡婦)어머니는 마흔에도 눈썹에서 쌍긋한 제물향(香)이 스며날 만큼 이뻤었는데, 여러 해 동안 도깝이란 별명(別名)의 사잇서방을 두고 전답(田畓)마지기나 좋이 사들인다는 소문이 그윽하더니, 어느 저녁엔 대사립문(門)에 인줄을 늘이고 뜨끈뜨끈 맵고도 비린 검붉은 말피를 쫘악 그 언저리에 두루 뿌려 놓았읍니다./ 그래 아닌게 아니라, 밤에 등(燈)불 켜 들고 여기를 또 찾아 들던 놈팽이는 금방에 정(情)이 새파랗게 질려서 「동네 방네 사람들 다 들어 보소…… 이부자리속에서 정(情)들었다고 예편네들 함부로 믿을까 무섭네……」 한바탕 왜장치고는 아조 떨어져 나가 버렸다니 말씀입지요.”-「말피」)
이는 ‘신라’로 표상되던 초월적이고 관념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나 좀더 민중적인 현실을 통해 ‘영원성’의 관념을 육화시키려 한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도 왕이나 귀족이 아닌 상가수, 재곤이, 이생원네 마누라님 등 생활 속 인물들을 소재로 함으로써 기층민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질마재’는 지배와 피지배 계급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제도적인 질서에서 벗어난 일들이 허용되는 특수한 공간으로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자유롭고 풍성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시집에 드러나는 샤머니즘적 색채는 공동체의 삶과 윤리가 존재하였던 토속적인 세계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시집 전체가 서술성에 바탕한 줄글 형태를 취하고 있고, 1인칭 화자의 서정적인 목소리가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립적 화자를 설정하고 있다(“「오매 오매 이번에는 말방울 하나허고, 대막가지 단단한 놈으로 한 개허고, 창호지(窓戶紙) 한 장허고, 초 한 자루만 냉큼 가서 구해다 주소.」해서 그것도 미리 괄괄 어찌 어찌 때워 맞춰 겨우 겨우 구해다가 주었더니 그 대막가지는 쪼개어 굽혀 포개고, 그 초는 그 속에 든든히 박아 꽂고, 그 창호지(窓戶紙)는 거기 둘러싸아 덩그랗게 등(燈) 하나를 만들어서 놓고는, 아까 그 횃대의 매를 갖다가 한쪽 발에 아까의 그 말방울을 잘랑잘랑 달고, 그 바로 밑에 아까의 그 종이등(燈)을 안 떨어지게 또 잘 매달라 놓고, 그러고는”-「김유신풍」).
이러한 화자는 시의 내용들이 사실에 바탕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함으로써, 시의 전달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설화를 단순히 시의 소재로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설화의 구비적 특징과 적층성을 양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즉 변두리 양식에서 서술의 전략을 끌어옴으로써 전통적 시 양식에 대한 도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