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복은 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이 예복으로 입는 복장이다. 학사, 석사, 박사 등 특정 과정을 수료한 상징이며, 가운, 후드 모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운은 주로 검정색이며 학교의 상징 색이 사용되기도 한다. 학위의 종류에 따라 가운의 디자인과 디테일이 다르며, 모자에 달린 술의 색과 소재도 다르다. 초기에는 서양식 학위복을 그대로 수용하여 착용해 왔으나, 한국적인 정체성을 수용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많은 대학교에서 한복의 특징이나 소재 등을 활용한 디자인의 학위복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국에 학위복(學位服)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08년(융희 2) 서양식 교육 기관인 제중원(濟衆院)의 제1회 졸업식에서이다. 7명의 졸업생들은 평소 착용하던 한복 위에 미국식 학위복인 검정색 가운을 입고 술이 달린 검정색 모자를 착용하였다. 미국 학위복은 서양 중세시대의 교육을 담당했던 성직자 복장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대학들은 엄격한 규정이 없이 다양한 학위복을 착용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1893년(고종 30) 제정된 ‘학위복 규정’에 따라 대체적으로 통일된 디자인의 학위복이 착용되고 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학위복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전공이나 학위 종류에 따라 그 형태나 색, 장식 등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
학위복은 졸업식에서 학위를 받는 졸업생들이 착용하는 의례복으로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의 가운과 모자로 구성된다. 학위의 종류와 전공의 상징색에 따라 가운과 후드, 모자와 술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운은 일반적으로 검정색이며, 가슴과 등 부분에 넓은 요크 부분이 있고, 그 아래에는 넓은 주름을 잡아 풍성하고 넉넉하여 어떤 체형의 사람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양쪽 소매를 붙인 어깨선 부분에는 작은 셔링 주름 장식을 넣어 매우 여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풍성한 가운은 착용자의 인체 특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학위복의 의미와 상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데 적합하다.
모자는 술이 부착된 검정색 사각모이며, 졸업 연도의 장식물이 술 윗부분에 달려있다. 각 학위를 구분하기 위해 후드의 디자인과 색채를 달리하거나, 전공을 상징하는 색채를 사용하기도 한다. 석사는 전공을 상징하는 색채의 후드를 어깨에 걸친다. 박사 가운은 앞단 양쪽에 넓은(10㎝ 내외) 벨벳 선 장식이 있으며, 양쪽 소매 부분에도 3개의 벨벳 가로줄 문양이 부착되어 품위를 더한다. 박사는 금색 술이 있는 사각모를 착용한다. 후드는 전공을 상징하는 색채와 벨벳 소재 등을 사용하여 어깨에 걸쳐 뒤로 늘어뜨려서 박사의 권위와 품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졸업식에서 모자의 술을 착용자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태슬(Tassel) 세레머니는 학위 취득을 의미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졸업식 외에도 중요한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최종 학위복을 예복(禮服)으로 입고 참석하기도 한다.
검정색 가운과 사각모로 이루어진 학위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새롭게 변하기 마련이다. 학위복은 서양식 학위복을 그대로 수용하여 착용하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학위복으로 변하고 있다. 대학교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학교의 상징색, 교표, 상징물 등을 활용하기도 하고, 한국적인 요소나 특징을 반영한 학위복으로 새롭게 바뀌기도 한다.
창학 600주년을 맞은 성균관대학교는 1998년에 조선시대 관복(官服)과 유생(儒生) 복식을 응용한 학위복으로 교체하였고, 졸업생들은 현대적인 학위 수여식과 함께 조선시대 전통 졸업식을 재현한 고유례(告由禮)를 지내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2004년 첫 졸업생을 배출할 때부터 조선시대 선비들이 입었던 심의(深衣)에 서양식 사각모를 학위복으로 채택하였다. 중앙대학교 국악 대학도 2005년 학자들의 예복인 학창의(鶴氅衣)를 학위복으로 디자인하여 수용하였으며, 고려대학교는 2006년부터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가 입던 앵삼(鶯衫)을 반영한 학위복으로 변경하였다. 서울여자대학교는 2008년에 대학교 상징색인 버건디 컬러를 활용한 가운과 버건디 벨벳 베레모로 학위복을 바꾸었고, 서울대학교도 2012년 조선시대 선비옷의 이미지를 반영한 디자인에 학교 상징색인 블루를 주조색으로 사용한 가운을 새롭게 디자인하였다. 모자는 새롭게 사각 모양의 베레모를 착용하게 하였다. 연세대학교는 2017년에 학교를 상징하는 독수리 형상과 대학교 상징색인 로얄 블루를 반영한 가운에 검정색 벨벳 소재의 팔각 베레모로 바꾸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20년에 학교의 상징색인 ‘이화그린’을 반영한 케이프형 가운과 육각형 모자로 구성된 학위복으로 바꾸었다.
학위복의 후드나 술에 사용한 전공을 상징하는 색채는 대부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례로 다음과 같다. 정치학은 남색, 교육학은 하늘색, 의학은 녹색, 경제학은 짙은 갈색, 법학은 갈색, 경영학은 연한 갈색, 철학은 검정색, 행정학은 청색, 신학은 빨강색, 문학은 흰색, 공학은 주황색, 이학은 노랑색, 한의학은 밝은 녹색, 미술은 연보라색, 가정학은 연노랑색, 음악은 보라색, 치의학은 남보라색 등이 상징색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학위복은 환경을 고려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하거나 예일대학교의 학위복처럼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하여 만든 학위복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수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위복은 대학교 졸업식에서 착용하는 예복으로 학문과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는 기능을 하고 학문적 권위의 표상이 된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 의의가 크다. 서양의 양식을 그대로 수용하였던 학위복이 각 대학교의 교육 이념과 정체성을 반영하고, 나아가 한국 전통문화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바뀌어가는 현상의 이면에는 한국 문화 및 정체성을 회복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 한국인들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