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거 시험의 고시 과목은 시험을 보는 방식에 따라 크게 제술과 강서로 나누어진다. 제술은 필기시험에 해당하는 반면 강서는 응시생이 사서오경의 이해 정도를 구두시험 방식인 강독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강서는 문과, 생원진사시(生員進士試), 무과, 잡과(雜科) 모두에서 실시되었다.
강서에도 난이도와 중요성에 따라서 서적을 펴놓고 읽으면서 뜻을 해석하는 임문(臨文), 책을 보지 않고 뜻을 해석하는 배강(背講), 책을 보지 않고 글을 외우게 하는 배송(背誦) 등으로 구분하였다.
문과 식년시(式年試)는 복시(覆試) 초장에서 사서삼경을 강독으로 시험 보았으며, 응시생이 나머지 두 개의 경서와 자사(子史)의 강경을 원하면 들어주었다. 이때 사서오경 강서는 모두 배송으로 요구되었으며, 경서를 제외한 자사는 임문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보면 경서를 이해하는 것이 자사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년시에서는 아예 초시와 복시 모두 사서오경을 강서로만 시험 보는 명경시(明經試)가 있었는데, 명경시는 물론 복시 초장에서 강독의 대상이 경학(經學) 서적일 때에는 강서를 강경(講經)이라고도 불렀다. 문과는 각 시험 단계마다 시험에 앞서 응시 자격을 강독으로 확인하는 시험이 있었다.
이 시험에는 초시에 앞서 『소학(小學)』을 강독하는 조흘강(照訖講), 복시에 앞서 『경국대전』과 『가례』를 강독으로 시험하는 전례강(典禮講)이 있었다. 초흘강과 전례강은 모두 임문으로 시험을 보았다.
무과 식년시의 복시에도 강서가 있었는데, 이때 『경국대전』은 필수로 하되, 사서오경 중 1권, 무경칠서(武經七書) 중 1권, 『통감(通鑑)』, 『병요(兵要)』, 『장감박의(將鑑博議)』 중에서 1권을 선택하도록 하였으며, 모두 임문하도록 하였다. 무과에서는 무예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강서는 임문 정도로만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잡과에서는 초시와 복시의 시험 과목이 동일하였는데, 잡과 중 의과, 음양과(陰陽科), 율과(律科)는 대체로 각 해당 전문 서적을 강서로 평가하였다. 반면 역과(譯科)는 글씨를 베껴 쓰는 사자(寫字)와 강서로 나뉘었다.
이 중 강서가 중심인 의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지방(直指方)』, 『부인대전(婦人大全)』 등의 중국 의서, 『창진집(瘡疹集)』, 『구급방(救急方)』, 『태산집요(胎産集要)』 등 조선의 의서를 임문하게 하였다. 또한 전통 의학에서는 진맥과 침, 뜸 등을 가장 중시하였기 때문에 중국 의서인 『찬도맥(纂圖脈)』과 『동인경(銅人經)』을 배송하게 하였다.
강서의 점수는 각각의 문항에 따라 통(通), 약(略), 조(粗), 불통(不通) 등으로 나뉘었다. 약 이상을 선발하는 명경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조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해당 시험을 통과시키거나, 통, 약, 조를 각각 2분, 1분, 0.5분으로 환산하여 시험 성적에 반영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