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신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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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창업 기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신화. 개국신화.
이칭
이칭
개국신화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건국신화는 국가의 창업 기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신화이다. 신화는 대체로 우주·인간·문명의 기원을 다루는데, 건국신화는 국가라는 형태의 문명 기원을 다루는 것으로 신화 중에서는 가장 나중에 나타난 신화 형태이다. 건국신화의 형식과 구조는 일정하지 않지만, 건국시조가 하늘에서 강림하여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운다는 두 가지 요건이 기본이 되며, 이 기본형을 부연·확대하거나 부수적인 신비스러운 내용을 첨가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신화 속의 건국시조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스러운 존재이자 지상의 왕으로서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갖춘 존재이다.

목차
정의
국가의 창업 기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신화. 개국신화.
개설

개국신화라고도 한다. 신화는 일반적으로 우주, 인간, 문명의 기원을 다룬다. 건국신화는 국가라는 형태의 문명 기원을 다룬다는 특성을 지니며, 신화의 발전 단계로 보면 여러 신화들 중에서 가장 나중에 나타난 신화의 형태라 할 수 있다. 건국신화는 나라를 처음 세운 왕에 관한 신화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으므로 건국시조신화 또는 왕조시조신화라고도 할 수 있다. 고조선의 건국신화를 비롯하여 북부여신라 · 고구려가락의 건국신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밖에 고려 왕조 · 후백제, 그리고 조선 왕조의 시조들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역사시대에 형성된 만큼 역사적 전설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을 건국전설이라고 이름 짓는다면 일반적인 의미에서 건국신화와는 한계를 그어 구분하여야 한다.

건국신화가 동시에 건국시조신화이기도 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국신화를 김알지(金閼智) · 석탈해왕(昔脫解王) 및 신라 육촌장 이야기와 함께 씨족시조신화의 특수한 경우로 간주할 수도 있다. 아울러 한 집안이나 사찰 · 제도, 그 밖에 역사적 사적들의 창건과 유래를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통틀어 창립(창건)전승이라 부른다면, 건국신화는 이 창립전승의 하위 갈래로 간주하여도 좋다.

내용

건국신화들은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삼국사기』 · 『제왕운기』 · 『동국이상국집』 · 『신증동국여지승람』 · 『대동운부군옥』『세종실록』 지리지 등에 수록되어 오늘날에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삼국유사』에서 단순히 ‘고기(古記)’라 부르고 있는 문헌 이외에 「신라고기」 · 「단군기」 · 「가락기」 등의 우리 문헌과 『논형(論衡)』이나 『위서(魏書)』를 비롯한 중국 문헌에도 우리 건국신화들이 기록되어 있다.

건국신화의 형식과 구조는 일정하지 않다. 『삼국유사』의 「고기」에 따르면 북부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즉, “천제(天帝)가 흘승골성(訖升骨城 : 지금의 만주 훈장(渾江) 강 유역의 환런(桓仁) 지방으로 추정됨.)에 내려오니 오룡거(五龍車 : 다섯 마리의 용이 끈다는 전설 속의 수레)를 탔다. 도읍을 세우고 왕이라 하니, 나라 이름을 북부여라 하고 자신의 이름을 해모수(解慕漱)라고 하였다.”

건국신화 가운데는 이와 같이 간략한 기술로만 전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 같은 장편 서사시로 전해지는 것들도 있어 그 형식이나 구조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다양한 서술 형태에도 불구하고 신화 전체에 적용될 단원 구조를 찾는다면 북부여신화를 건국신화의 단원형(單元型) 내지 기본형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라는 것이 건국신화의 가장 간략한 서술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모든 건국신화는 이 기본형을 부연, 또는 확대한 서술로서, 부수적인 다른 서술 단위들이 여기에 첨가되어 있을 뿐이다. 이 기본형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① 건국시조가 하늘에서 강림하여, ②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웠다는 두 가지 요건인데, 이것이 우리나라 건국신화의 최소한의 기본 요소이다. ①이 주체 요소라면 ②는 성취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이 때 국가 내지 건국을 성취 대상, 곧 객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성스러운 징조/ 천신의 하강/등극과 왕호 제정/ 혼인/ 국호 제정’은 『삼국유사』에 실린 혁거세신화(赫居世神話)의 서사 단위를 서술된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다. 건국시조신화로서의 혁거세신화에서 천신의 하강이 앞에 보인 기본형 가운데 건국시조의 하늘에서의 하강’에 해당하고, 등극과 왕호 및 국호의 제정이 합해져서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우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성스러운 징조는 건국시조가 하늘에서 강림하는 것에 대한 부연이고, 혼인은 건국시조가 하늘에서 하강하여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우는 것 사이에 삽입된 부차적 요소이다.

‘성스러운 징조/천신의 하강/등극과 국호 제정/ 궁궐짓기/혼인/직제 및 제도의 확립’은 「가락국기」가 전하는 수로왕신화(首露王神話)의 서사적 단위를 서술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다. 궁궐 짓기와 직제 및 제도의 확립 등의 부차적 요소가 추가되어, 국가 체제 정비의 자세한 모양이 기술되어 있을 뿐, 앞에서 보인 기본형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혁거세신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북부여 · 신라 · 가락 등의 건국신화에서는 건국이라는 객체를 성취하는 주체가 직접 하늘에서 하강한다. 그 주체는, 북부여에서는 천제(天帝), 가락국에서는 황천(皇天)의 명을 받은 자나 대왕(大王) 또는 천자(天子) 등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 「가락국기」에서는 대왕강령(大王降靈)이라고까지 하였다. 건국신화의 주체는 단적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그들은 하늘의 신령이자 지상의 왕이다. 그것은 그들이 신령이면서 인간임을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신인(神人)이나 신왕(神王)이라는 말을 쓸 수도 있을 것인데, 이것은 상고시대의 왕권이 신성왕권임을 증언하고 있다. 신라에서 왕을 자충(慈充)이라 하고, 그 자충은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기록을 참조할 수 있다. 가령, 신라의 헌강왕은 신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춤출 때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혼자만 볼 수 있었고, 그 신이 춤추는 모양대로 춤을 추었다고 하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우연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 헌강왕은 동해 용왕의 출현을 목격하였던 바로 그 왕이다.

이와 같이 건국신화 주체의 성격을 규정할 때, 혁거세왕이 불구내왕(弗矩內王)이라고 불린 사실과 수로왕을 가리켜 대왕강령이라 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들 두 왕의 강림에는 전형적인 신비현상이 수반되어 있다. 이를테면 “이상한 기운이 번갯불처럼 땅에 드리우고”(혁거세),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이 춤추매 하늘과 땅이 진동하여 해와 달이 청명하니”(혁거세), “하늘에서 자줏빛 줄이 드리워지고…… 붉은색 보자기에 싸인 황금 상자가 있으니……” (수로왕), 이것들은 인간이 겪는 신비체험의 전형들이며, 바로 이러한 신비현상 때문에 불구내왕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불구내’라는 이름에서 ‘불’이 ‘혁(赫)’에, ‘구’가 ‘거(居)’에, 그리고 ‘내’가 ‘세(世)’에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는 이 이름이 ‘광명이세(光明理世)’를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곧, 불구내왕이란 하늘의 신령이 지상으로 내려와 빛과 밝음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는 왕이라는 뜻이다.

하늘의 신령이 땅에 내리는 이미지는 수로왕을 두고 대왕강령이라 하였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여기서 상고시대 왕국의 시조왕이 무속신앙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신내림’이나 ‘영실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고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무속신앙에서는 이른바 샤머니즘적인 접신을 ‘신지핌’ 또는 ‘영실이’라고 한다. 영실이는 곧 신령실이로서, 사람이 그 육신 안에 신령을 실었다는 뜻이다. 무당들은 그에게 지폈거나 실린 신령을 ‘ 몸주’라고 부른다.

무당은 결국 신내림을 자신의 몸에 받아서 신령에 지핀 상태, 또는 신령을 싣고 있는 상태에서 그 신령을 몸주로 삼은 사람이다. 이와 같이 무당의 영실이로 유추한다면 대왕강령이라 일컬어진 수로왕은 ‘내린 신령’이되, 단순한 하나의 무당일 뿐만 아니라 온 나라에 지피고 실린 신령으로서 나라의 몸주인 것이다. 여기서 무당의 몸주와 수로왕의 성격 사이에 유추관계가 성립되고, 따라서 수로왕의 왕권에 관해서도 추정할 수 있다.

상고시대 왕국의 왕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친 무속원리는 동명왕신화에서도 확인된다. 동명왕은 그 아버지신〔父神〕인 해모수와 마찬가지로 천상왕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변신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슴을 시켜 하늘을 움직이는 주술사적 일면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동명왕은 아들인 유리(琉璃)에게 아들다운 신이(神異)를 보이도록 요구하였고, 그 요구는 아들이 하늘로 치솟아 해에 맞닿는 초인적 능력을 보임으로써 충족된다. 이 경우 유리가 하늘 높이 난 것은 해모수와 동명왕의 천계 왕래를 본보기로 한 것인데, 이 하늘 날기의 모티프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성무식(成巫式) 절차에서 보이는 높이뛰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초기 왕권에 샤머니즘이 깊이 관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건국신화의 주체들은 또한 문화영웅이기도 하였다. 수로왕은 궁궐을 지어 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여러 제도와 관료들의 직분을 제정하였는데, 이 점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웅의 성격에서 보다 더 뚜렷해진다. 환웅은 이른바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하여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열고 풍백(風伯) · 우사(雨師) · 운사(雲師) 등의 주술사들을 통솔하여 곡식 · 생명 · 병 · 형벌 · 선악 등 인간사 360여 가지를 주관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 왕국의 창시자가 비로소 문화를 창조한 주체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군신화(檀君神話)와 동명왕신화(東明王神話)는 앞에서 서술한 기본형과 혁거세신화 및 수로왕신화가 지닌 유형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다. 우선 두 신화에서 나라를 창건하는 주체는 직접 하늘에서 강림한 제1세가 아니다. 단군도 제2세이고 동명왕도 마찬가지이다. 단군은 천왕이라 일컬어진 환웅의 아들이고, 동명왕은 천왕랑이라 일컬어진 해모수의 아들이니 모두 천왕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둘 모두 천왕의 2세이면서도, 단군은 아무런 갈등을 겪지 않고 건국을 성취한 데 비해, 동명왕은 온갖 시련과 갈등을 거친 끝에 가까스로 건국을 성취하게 된다. 단군신화에는 단군에 앞서 환웅(桓雄)이 이미 신시를 열고 통치 형태와 문화적 제도를 갖춘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환웅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또는 “홍익인간 하였다.” 또는 “재세이화(在世理化) 하였다.” 하는 따위의 표현은 그가 이미 어떤 규모를 갖춘 통치 단위의 지배자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단군은 아버지신인 환웅이 이미 이룩해 놓은 터전 위에서 단군조선을 건국한 것이 된다. 따라서 단군신화에서는 건국의 주체로 두 사람이 등장하고 있고, 한 사람이 보다 더 기초적인 객체를 성취한 뒤에, 다른 한 주체가 이를 이어 좀 더 종교적인 객체를 성취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다만, 환웅이라는 주체가 성취한 객체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상대적으로 강한 데 비하여, 단군이라는 주체가 성취한 객체는 정치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정도의 차이를 지적할 수 있다.

동명왕신화는 단군신화보다 훨씬 더 심한 변이를 보인다. 그는 탄생 장애를 겪고 알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탈해의 경우처럼 버림을 받았다. 이 점에서 똑같이 난생(卵生)이면서도 곧바로 추대를 받은 혁거세나 수로와는 다르다. 그 이유는 탈해와 동명왕의 알에는 하늘의 거룩한 징후가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탄생을 전후하여 이미 시련을 겪기 시작한 동명왕은 성장 과정에서는 금와왕(金蛙王)의 여섯 왕자와, 그리고 남하하여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비류왕과 갈등 · 마찰을 빚는다.

그 탄생을 전후하여 이미 동명왕은 건국신화의 주체로서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건국이라는 객체를 성취하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경로를 겪게 된다. 이와 같은 고구려 건국신화의 주체와 객체에 걸친 특이성이 북부여와 동부여의 갈등, 그리고 동부여에서 동명왕 일족이 갈라져 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났을 마찰 등, 어떤 정치사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신화의 문맥 내부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면 그의 탄생에 직접 하늘의 신성징후가 없었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고구려 건국신화는 창건시조가 경험하는 탄생의 난관, 성장기의 시련, 건국 과정의 파란 등으로 인하여 창건전승의 범세계적 유형에 훨씬 가까워지고, 창건전승들이 보편적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는 신화적 원형성을 아주 농후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고구려 건국신화는 창건이 성취 대상이 되는 후대의 각종 서사문학의 원형으로서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고문헌

『민족신화와 건국영웅들』(임재해, 민속원, 2006)
『한국신화의 연구』(서대석, 집문당, 2001)
『한국민속대관 6-구비전승·기타』(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82)
『한국신화와 무속연구』(김열규, 일조각, 1980)
『한국의 신화』(한상수, 문음사, 1980)
『한국무가의 연구』(서대석, 문학사상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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