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은 국어학자 주시경이 국어의 문법 및 특징을 기술하여 1910년에 간행한 국어문법서이다. 1911년과 1913년에 『조선어문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간행되었다. 주시경은 책의 서문에서 말과 문자가 독립의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며 그 필요성에서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말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보편 문법의 토대 위에서 국어의 문장구성방식을 구명하고자 하였다. 품사 분류론과 문장 구성론이 주요 내용을 이루는데, 품사 분류론에서는 9품사를 설정하였고 문장 구성론에서는 독창적인 도해법과 의미해석이론을 전개하였다.
118면. A5판. 1910년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간행되었다. 『조선어문법(朝鮮語文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1911년과 1913년에 다시 펴내기도 하였다.
『조선어문법』이 『국어문법』과 다른 점은 품사를 의미하는 용어가 뒤의 책에서는 ‘기’인데, 앞의 책에서는 ‘씨’로 바뀐 사실이다. 이들 『조선어문법』은 ‘씨’라는 용어를 최초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 책 가운데서 1913년의 『조선어문법』(재판)이 가장 오류가 적다고 할 수 있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 책은 서(序), 국문(國文)의 소리, 기난갈, 짬듬갈, 기갈래의 난틀, 기몸박굼, 기몸헴, 기뜻박굼, 이온글의 잡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에서는 말(言語)과 문자가 독립의 요소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정리할 필요성에서 『국어문법』을 짓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온글의 잡이’에는 우리나라 말의 듦, 곧 국어 문장구성의 방식을 구명하는 데 저술목적을 둔다는 점이 밝혀져 있다. 또, 여기에는 우리나라 말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보편 문법의 토대 위에서 서술된 것임도 명시되어 있다.
‘기난갈’은 품사분류론을 의미하는데 ‘임 · 엇 · 움 · 겻 · 잇 · 언 · 억 · 놀 · 끗’의 아홉 기(품사)를 설정하고 있다. ‘임’은 우리 전통문법의 체언을, ‘엇’은 형용사를, ‘움’은 동사를, ‘겻’은 관형격조사 ‘의’를 제외한 모든 조사를, ‘잇’은 접속조사 ‘과’ 및 대등성과 종속성을 띤 연결어미와 보조적 연결어미 ‘-어’를, ‘언’은 관형사와 관형사형 어미가 붙은 말을, ‘억’은 부사와 부사형 어미 ‘-게’가 붙은 말을, ‘놀’은 감탄사를, ‘끗’은 종결어미를 가리킨다. 이들 아홉 품사의 분류기준은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 기능과 의미에 기초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단어 책정의 기준 또한 명백하게 제시되지 않았지만, 서술내용을 종합하면 기능변환의 특성을 표시하는 관형격 ‘의’, 관형사형 어미, 보조적 연결어미 ‘-게’와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 ‘-시-, -었-, -옵-’ 등은 단어의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이를 보면 단어 책정의 원리가 매우 종합적임을 알 수 있다.
‘짬듬갈’은 문장구성론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기난갈’에서 베풀어진 품사에 대한 대체적 지식을 중심으로 문장을 ‘기(품사)’로 나누고, 그것이 문장구성의 요소로서 어떠한 자격을 가지고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되는가를 차례로 보인 다음, 그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한 문장은 적어도 ‘임이( 주어)’ · ‘남이( 서술어)’로 이루어지고, 커도 ‘임이’ · ‘씀이( 목적어)’ · ‘남이’의 세 성분은 넘어설 수 없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문장이 복잡해지는 것은 이러한 세 성분에 ‘금이( 한정어)’가 붙는다든지 ‘잇기( 접속사)’에 의해 문장이 접속되기 때문이다.
‘먹는다’와 같이 주어와 목적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그것이 ‘속뜻’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ㅅ’으로써 표시한다. 또, “저 사람이 노래하면서 가오.”와 같은 문장은 두 서술어의 주어가 공통되어 있다. 이 때는 둘째 서술어의 주어가 ‘숨은뜻’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저 사람이 노래하면서 (저)(사람이) 가오.”와 같이 두 문장이 복합되었다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어문법』의 문장도해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기능변환의 요소와 그것이 붙는 말을 곱슬줄({{#153}})로 표시하고 동시에 그 말의 원기능도 나타내는 점이다.
위의 그림은 “저 소가 푸른 풀을 먹소.”의 목적어부만을 따로 떼어보인 것이다. ‘푸르’와 ‘ㄴ’을 곱슬줄로 연결시킨 것은 ‘ㄴ’이 ‘푸르’를 관형사가 되게 한다는 뜻이요, ‘푸르’ 아래 석 줄을 가로 그은 것은 ‘푸르’가 ‘풀’의 서술어가 됨을 표시하는 것이다.
주시경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말’ · ‘일’ · ‘마음’을 서로 관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말’이란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 성분 내지 언어기호를 뜻하고, ‘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지시하며, ‘마음’은 화자나 문장해석자의 태도를 가리킨다.
간단한 문장은 문장성분의 상호관계에 의해 의미를 짐작할 수 있으나 복잡한 문장은 그림을 통해서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고, 더 복잡한 문장은 그 문장이 지시하는 현실적 대상의 의미를 화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짬듬갈’에 나타나는 도해법과 의미해석이론은 주시경의 독창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언어이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설명을 하고 있다.
‘기갈래의 난틀’은 품사의 하위분류인데, 특히 ‘겻기’와 ‘잇기’의 기능 설명에 있어서는 ‘짬듬갈’에서 내보인 문장성분에 관한 지식이 충분히 활용되어 있고, 의미를 설명하는 마당에 있어서는 화자의 태도나 현실적 대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이 사실은 ‘짬듬갈’을 ‘기난갈’ 사이에 설정한 정당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기몸헴’과 ‘기뜻박굼’은 합성어의 분석과 품사전의를 의미하고,‘기몸박굼’은 전통문법의 자격법과 품사전신을 총괄한 것이다.
이 책은 ‘짬듬갈’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구문 중심의 문법모형을 보여주는 저술이다. ‘짬듬갈’이 ‘기난갈’ 사이에 설정된 것이 이러한 모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증거가 된다. 문장과 품사의 의미를 설명할 때 현실적 대상의 의미와 화자의 마음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의미론과 화용론을 존중하는 의미해석의 원리를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능변환의 요소와 선어말어미 ‘-시-, -었-’ 등에 대해 일정한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형태론으로는 종합적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이 책은 고본(稿本) 『국어문법』(1898) · 『국어문법』(1905) · 『대한국어문법(大韓國語文法)』(1906) · 『말』(1908, 고본 국어문법의 산제본) · 『고등국어문전(高等國語文典)』(1909) · 『국어문전음학(國語文典音學)』(1908) 등의 선행저술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 책은 신명균(申明均) 편 『주시경선생유고(周時經先生遺稿)』(1933)에 다시 조판되어 실렸다.
주시경의 아들인 왕산(王山)의 이름으로 발행된 『조선어문법』(주시경 유고, 1946)은 신명균의 편서를 그대로 펴낸 것이다. 영인본으로는 이기문 편 『주시경전집』 하(1976)에 『조선어문법』의 1911년판 및 1913년판과 함께 실린 것이 처음이고, 김민수(金敏洙) · 하동호(河東鎬) · 고영근(高永根) 공편의 『역대한국문법대계(歷代韓國文法大系)』(1977)에 『조선어문법』(1913)과 함께 영인,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