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도는 경문 속의 삽도 형식으로 배치되거나 책머리에 배치되는 두 가지 형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삽도 형식으로, 조선시대에는 주로 책머리에 배치하고 있다.
삽도 형식 변상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성암고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1363년(공민왕 12년)의 남원개판본이다. 책의 체재는 절첩본이다. 가로 10.9㎝, 세로 27㎝, 상하 2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단에는 그림이, 하단에는 경문이 기록되어 있다. 화폭은 가로 10.9㎝, 세로 20.2㎝이고 본문은 매장 7행으로 1행 12자이다. 말미의 간기에는 개판 연대와 함께 서자(書者)·화원(畫員)·각자(刻者)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왕·왕후·공주의 장수 및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고 있다.
총 71종의 변상도가 있으며, 책머리에 있는 변상도의 우측에는 설법 장소인 기원정사(祇園精舍)를 묘사하였다. 그 옆에는 설법주로서의 석가모니와 법을 청하고 있는 수보리(須菩提)의 합장한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석가모니 주변에는 제자상과 보살상, 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보살,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 등이 매우 정확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어서 경문의 내용 중 중요 부분을 거의 빠짐없이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금강경≫의 이해는 물론 고려시대 회화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이다. 스타인(Stein, M.A.)이 중국의 둔황(敦煌) 석실에서 발견한 868년 간행본 ≪금강반야바라밀경≫에도 변상도가 있다. 그러나 책머리의 간편한 변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원개판의 금강경 변상이 개판 시기는 뒤진다 할지라도 변상도의 체재나 내용에 있어서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868년 간행본을 훨씬 능가한다. 그리고 ≪금강경≫ 전권에 대한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최초의 창의적인 전개화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조선시대에 널리 보편화되었던 책머리에만 있는 변상도 구도는 남원개판본의 앞부분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