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고종 18) 정지성의 4대손 정대철(丁大哲)이 편집·간행하였다. 권두에 김기헌(金騏獻)의 서문이 있다.
3권 1책. 목판본. 국립중앙도서관과 계명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권1에 부 1편, 시 49수, 기(記) 2편, 제문 2편, 유사 1편, 권2에 잡저인 칠실공담(漆室空談), 권3에 행장 1편, 묘갈명 1편, 만사 7편, 제문 5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칠실공담」은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중국 노(魯)나라의 천부(賤婦)가 깜깜한 방안에서 주제넘게 국가의 일을 근심했다는 고사에 비유하여, 자신이 녹봉을 받지 않는 재야의 입장에서 쓴 당시 국가 사회의 폐단에 대한 개혁안을 겸칭해서 붙인 이름이다. 주객문답형식(主客問答形式)으로 저술된 이 글은 김기헌이 서문에서 말했듯이 모두 국가·경제·생민의 방책이고, 시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개혁사상에 의하여 쓰인 것이다. 모두 48항목에 걸쳐 당시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실학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분석·비판하고 그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저자는 붕당의 폐단을 지적해 관리들에게 편당 행위의 근절을 법제화하고, 담배가 가져다주는 불이익과 경제적 손실을 지적하는 등의 문제에서부터 구체적인 시폐에 이르기까지 그 대안책을 제시하였다. 그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보다도 도량형 제도와 토지 제도의 문란으로 인해서 생겼다고 보아, 8도의 도량형을 통일시키고 토지 제도를 정비해 유식층(遊食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정전제(井田制)의 부활과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토지를 9등분해 8개를 사유 경작하고, 1개를 공전으로 했던 고대 토지소유제도에로 복귀하자는 내용으로, 이렇게 하면 권세가나 부호들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밖에 양민을 구제하려는 뜻에서 만들어진 환정(還政)이 도리어 양민을 괴롭히는 제도로 변질된 것을 구체적으로 거론해 그 개혁안을 제시하고, 과거의 악폐를 지적하며 인재등용의 바른 길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18세기 정치·사회·경제 문제를 이해하고, 실학적인 학풍이 근기지방(近畿地方) 밖에서도 부분적으로 자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