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수경(禪文手鏡)은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승려 백파 긍선(白坡亘璇)이 선을 조사선(祖師禪), 여래선(如來禪), 의리선(義理禪) 3종으로 나누고 선문 5종 가운데 임제종(臨濟宗)의 우수성을 드러낸 책이다. 이 책은 조사선 중심의 선종 우위론을 내세웠고 선종 5가 중에서 임제종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긍선은 조사선, 여래선을 격외선에 함께 배정하고 교학을 포함하는 의리선을 한 차원 낮은 등급의 것으로 판정했다. 이 책의 관점은 이후 초의 의순으로부터 비판받으며 선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백파 긍선(白坡亘璇, 17671852)은 고창 선운사(禪雲寺)에서 출가했다. 긍선은 화엄학자 설파 상언(雪坡尙彦, 17071791)에게 배웠으며, 편양파(鞭羊派)의 주류 법맥을 이은 승려이다. 긍선은 26세에 백양산 운문암(雲門庵)에서 강의를 시작한 후 20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다. 45세에 이르러 “불법의 진실한 뜻은 문자에 있지 않고 도를 깨닫는 데 있다.”라고 하며, 선 수행에 전념했다. 이후 긍선은 호남의 선백(禪伯)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그가 지은 『선문수경(禪文手鏡)』으로 인해 '선 논쟁'이 촉발되었다. 순창 구암사(龜巖寺)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1852년 화엄사(華嚴寺)에서 입적했다. 구암사에 탑이 세워지고 선운사에 그의 비가 세워졌다.
긍선의 저서로 『선문수경(禪文手鏡)』 이외에도 『수선결사문(修禪結社文)』, 『법보단경요해(法寶壇經要)』, 『선요기(禪要記)』, 『선문염송사기(禪門拈頌私記)』, 『오종강요사기(五宗綱要私記)』 등이 있다. 이는 주로 선(禪)과 관련된 주석서이다.
『선문수경』은 1책의 목판본이다. 1827년(순조 27)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산 운문암(雲門庵)에서 개정판을 간행했다.
이 책은 선종의 주요 주제를 다루며 그에 대한 해설을 붙이고 있다. 당나라 승려 혜능(慧能)의 『육조단경』, 송나라 승려 도원(道源)의 『경덕전등록』, 고려 진각 혜심(眞覺慧諶, 1178∼1234)의 『선문염송집』, 고려 진정 천책(眞靜天頙)의 『선문강요집』, 조선시대 환성 지안(喚醒志安, 1664~1729)의 『선문오종강요』 그리고 긍선 본인이 지은 『선문염송사기』와 『선문오종강요사기』 등에 이르기까지 선종의 여러 저술을 두루 인용했다.
『선문수경』이 다루는 주제는 총 26개로, 임제삼구도설(臨濟三句圖說) · 향상본분진여(向上本分眞如) · 향하신훈삼선(向下新熏三禪) · 삼구삼선(三句三禪) · 삼구도시(三句圖示) · 의리선격외선변(義理禪格外禪辨) · 말후구최초구변(末後句最初句辨) · 신훈본분변(新熏本分辨) · 살활변(殺活辨) · 도상설(圖相說) · 삼성설(三性說) · 삼구일구오중부동(三句一句五重不同) · 일촉파삼관유오중(一鏃破三關有五重) · 배금강사구게(配金剛四句偈) · 배좌선선정사자(配坐禪禪定四字) · 달마불입문자직지인심견성성불설(達摩不立文字直指人心見性成佛說) · 달마삼처전심(達摩三處傳心) · 선실삼배설(禪室三拜說) · 간당십통설(看堂十統說) 등이다.
긍선은 본분(本分)과 신훈(新熏), 향상(向上)과 향하(向下), 체(體)와 용(用), 삼현(三玄)과 삼요(三要), 사료간(四料揀)과 사빈주(四賓主) 등으로 짝을 지어 선을 분류하였다. 특히 선의 근본 가르침인 ‘임제삼구(臨濟三句)’를 중시하여 이를 기준으로 조사선(祖師禪)을 널리 떨치고, 임제종(臨濟宗)의 우수함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예를 들어, 임제 제1구는 삼요, 즉 대기(大機) · 대용(大用) · 기용제시(機用齊施)이다. 기용(機用)과 살활(殺活)을 완벽하게 갖추어 부처와 조사(祖師)의 스승이 되는 것을 조사선의 단계라 보았다. 임제 제2구는 삼현, 즉 체중현(體中玄) · 용중형(用中玄) · 구중현(句中玄)이다. 살(殺)은 있지만 활(活)은 없고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는 여래선(如來禪)의 단계이다. 임제 제3구는 다만 새로울 뿐이지 근본이 없으며 스스로도 구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는 의리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선과 교의 취지가 다 임제삼구에 포괄되어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