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로는 장(麞) · 궤(麂) · 균(麕 · 麇)이라 하였으며, 장성한 노루를 우(麌), 새끼를 조(麆), 암노루를 표(䴩)라고 하는 등 노루에 관한 명칭은 세분화되어 있다. 학명은 Capreolus capreolus bedfordi THOMAS.이다. 몸길이는 135㎝, 뒷다리의 길이는 36.5㎝, 귀의 길이는 12.7㎝이다. 여름털은 황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고 겨울털은 점토색(粘土色)을 나타내는데, 겨울털에는 엉덩이의 백색 반점이 크다. 윗입술의 자반(髭斑)은 없고, 아랫입술에는 지극히 작은 암색 반점이 있다.
노루는 고산 · 야산을 막론하고 우리 나라 전역의 산림지대에 서식하는데, 다른 동물과 습성이 다른 점은 겨울철에도 양지보다 바람만 심하지 않으면 음지를 선택하여 서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루가 음지에서 사는 이유는 그 체질이 태양성이기 때문으로, 지방이 많은 멧돼지가 양지에 사는 데 반하여 지방이 적은 노루가 음지에 사는 것은 그 체질의 천성 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등에가 초가을에 노루 피부에 알을 품어 겨울철에 피하에서 자란 유충이 양지바른 곳에서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에, 노루는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음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서식장소는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초목이 우거져서 숨을 곳이 많은 10월경까지는 산 중턱 이하에서 서식하고 겨울이 되면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12월 하순부터는 먹이 때문에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4월이 되면 암컷은 새끼를 낳기 위하여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 5월 단오를 전후하여 한배에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새끼는 생후 한 시간이면 걸어다닐 수 있고 2, 3일이 지나면 사람이 뛰는 힘으로서는 도저히 따를 수 없게 된다.
번식기는 9월경이다. 노루는 원칙적으로 일부일처제로서 만약 짝이 포수에게 잡히게 되면 그 근처를 떠나지 않고 수일간을 울며 돌아다닌다고 한다. 한번에 6∼7m를 뛸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질주력을 가지고 있어서 적의 추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지만, 적이 보이지 않으면 정지하여 주위를 살펴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잡히는 경우가 많다.
호랑이 · 표범 · 곰 · 늑대는 물론 독수리까지 노루를 습격한다. 노루보다 뿔이 크고 몸집이 큰 종류로 큰노루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노루로 함경도 백두산을 중심으로 농사동 · 혜산진 등지에 국한하여 서식한다.
노루는 우리 나라에서 일찍부터 수렵의 대상이 되었던 동물로 『삼국사기』에도 노루를 잡은 기록이 많이 나타난다. 즉, 고구려 유리왕 2년(기원전 18)에 서쪽으로 사냥을 나가서 흰 노루를 잡았고, 민중왕 3년(46)에도 동쪽으로 사냥을 나가서 흰 노루를 잡았으며 태조왕 55년(107)에는 질산양(質山陽)에서 사냥하다가 자색 노루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흰 노루를 잡았다는 기록은 중천왕 15년(262)과 장수왕 2년(414)에도 나타난다.
노루사냥은 노루가 밤에 밭에 내려와서 곡식을 먹고 새벽에 돌아가는 길목에 대기하고 있다가 잡는 방법도 있지만, 보통은 몰이사냥을 한다. 이것은 노루가 살기에 알맞은 산의 사면(斜面)을 3, 4명의 몰이꾼이 산기슭을 향하여 몰이하고 사냥꾼은 산기슭 가까운 계곡에 대기하고 있다가 잡는 방법이다. 노루는 대개 사면을 내려와서 계곡 바닥을 건너 건너편 산으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 특수한 사냥법으로, 노루가 새끼를 낳는 단오절 무렵이 지난 뒤 노루새끼의 우는 소리를 모방하여 피리를 불어서 유인, 사격하는 피리사냥이 있다.
노루고기는 맛이 좋아서 육포(肉脯)로 많이 만들어 먹었다. 보통 야생동물의 고기는 봄 · 여름에는 맛이 없고 가을 · 겨울철이 되면 기름이 올라서 독특한 풍미를 발휘하게 되는데, 노루고기는 오히려 봄 · 여름이 더 맛이 좋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노루피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하여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양한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에게는 불면증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뼈를 곰국으로 하여 먹으면 골절통에 절대적인 효과가 있으며, 뿔은 임질(淋疾)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노루는 우리 나라에 많이 서식하였고 수렵 때 흔하게 잡히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노루에 관한 속담도 많이 생겨났다. ‘노루 때리던 막대를 삼년 국 끓여 먹는다.’라는 말은 같은 것을 두고두고 우려내어 쓴다는 뜻이고, 한번 보거나 들은 지식을 되풀이할 때는 ‘노루뼈 우리듯 우리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깊이 자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은 ‘노루잠’이라고 하며, 설고 격에 맞지 않는 꿈 이야기를 할 때는 ‘노루잠에 개꿈’이라고 한다.
또한, 침착하지 못하고 경솔한 행동을 할 때는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라고 한다. 강원도 · 충청북도 · 경상북도 · 전북특별자치도 등지에서는 노루가 마을을 바라보고 울면 그 마을에 화재가 생긴다는 속신이 전한다. 또한, 서울 · 경기지방에서는 약을 사가지고 올 때 노루가 앞을 지나가면 약 효과가 없어진다고 한다.
노루에 관련된 설화도 매우 많다. 전국에 전해 내려오는 <나무꾼과 선녀>설화는 나무꾼이 포수에게 쫓기는 노루를 구해주고 노루의 도움으로 선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밖에도 노루의 보은담은 많이 전해지고 있다. 홍수가 났을 때 노루와 사람을 구해주었는데, 노루는 그 은혜를 갚으려고 황금항아리가 묻힌 곳을 은인에게 알려주었으나 사람은 배신하여 은인을 관가에 고소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포수에게 쫓기는 노루를 숨겨주었더니 노루가 명당 묘지를 잡아주어 그 집안이 흥성하였다는 설화도 있다. 또한, 계모의 흉계로 죽게 된 어린이를 노루가 자기의 간을 내주어 구출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설화에 나타나는 노루는, 은혜를 입으면 갚을 줄 아는 의리 있는 동물이며, 선녀를 중매하거나 황금이 묻힌 곳 또는 명당자리를 알려주는 등 인간이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신비한 동물로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