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綾)은 능조직(綾組織)으로 제직된 견직물을 말한다. 능직물은 문헌 속에서 능(綾) 혹은 능자(綾子)로 기록되고, ‘고로’, ‘능’으로 언해되었다. 능직은 평직, 수자직과 함께 삼원 조직이라 하며,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하여 이른 시기부터 모직물 제직에 사용되었다. 이것은 7세기 이후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견직물 제직에 적용되면서 문능으로 발전된다.
능직은 경사와 위사가 3올 이상으로 조직되어 1완전 조직을 형성한다. 조직점이 연속되면서 직물 표면에 규칙적인 능선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사문직(斜紋織)이라고도 칭한다. 능조직은 1완전 조직의 매수에 따라 3매, 4매, 5매, 6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조직 구조에 따라 표면에 경사가 많이 드러나는 경능직과 위사가 많이 보이는 위능직이 있다.
전통적인 능직물은 무늬가 없는 무문능(無紋綾)과 무늬가 있는 문능(紋綾)으로 구분된다. 무문능은 경능조직으로 제직되는데 드물게 혼합 능직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능은 단층의 문직물로 바탕 조직은 경사가 많이 드러나는 경조직을 사용하며, 무늬 부분은 위조직으로 제직되지만 드물게 바스켓 조직, 위부직, 위수자직, 변측 위수자직을 사용하기도 한다. 경사와 위사의 색을 달리하여 이색으로 표현하는 이색능도 있다. 능직물은 14세기 말 수자조직의 단(緞) 직물이 출현하여 확산하기 이전까지 삼국시대에서 조선 전기까지 가장 널리 사용된 전통 직물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능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기록이 보이며, 『삼국사기(三國史記)』 흥덕왕 복식금제에는 통일신라에서 능(綾)과 소문능(小文綾) 등이 표의(表衣), 내의(內衣), 버선감(襪), 방석 등에 사용되었음이 나타난다. 『삼국사기』 차기조(車騎條)에는 금은옥(金銀玉)으로 장식한 우교차(牛轎車) 안에 세금(細錦)과 이색능(二色綾)으로 자리를 깔았다고 하였다. 경주 천마총, 경주 불국사 석가탑,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등에서 무문능(無紋綾), 문능(紋綾)의 잔편들이 발견되었다.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고려의 귀부인들은 문라(紋羅)와 화능(花綾)의 옷을 입고 금향낭(錦香囊)을 차며, 옷에는 그림[繪]을 그리고 자수[繡]로 장식하였다고 한다. 액정국(掖庭局), 잡직서(雜織署)에는 능을 짜던 관영 공장인 능장(綾匠)이 설치되어 전문적으로 능을 생산하였다. 고려시대 능직물은 불 복장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데 무문능, 문능, 이색능 등 다양하고 풍부하게 남아 있어 고려시대 성행했던 능직물 제직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능직물의 문양은 기하문, 과문, 화조문, 연당문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경국대전(經國大典)』 「공전(工典)」 ‘경공장(京工匠)조’에 능라장(綾羅匠)이 있어 고려에 이어 조선 전기까지도 능은 라와 함께 대표적인 견직물 품종이었음이 나타난다. 조선시대 능의 문양은 기하문, 절지화문, 만초화문, 금상첨화문 등이 있으며 단직물에서 보이는 운문, 보문 등 화려한 문양은 보이지 않는다. 15~16세기에 수자조직의 단직물 제직이 본격화되면서 능직물의 생산은 감소하고 사용 범위도 줄어들게 된다. 17세기까지는 불복장과 출토 유물, 전세 유물에서 능 유물이 발견되지만, 18세기 이후에는 문헌 기록과 유물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능직물은 대표적인 전통 직물 품종의 하나로 그 역사적 가치가 크다. 단직물만큼 화려하지는 않으나 조촐하고 은은한 광택을 지닌 견직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