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필사본. 1934년 편집이 완료되어, 1942년 정인보(鄭寅普)의 서문을 받아 문인에 의하여 필사되었다. 그 뒤 문인인 성환혁(成煥赫) 등이 1960년 활자본을 인간하였다. 권두에 정인보의 서문이 있고, 책 끝에 저자의 <후지 後識>와 문인 이일해(李一海)의 발문이 붙어 있다.
활자본에는 성환혁의 발문이 추가되어 있다. 본문은 수록(隨錄) 형식으로 권1에 시화 143칙(則), 권2에 105칙이 실려 있다. <후지>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시의 공졸(工拙)과 고사(故事)의 역사적인 가치를 시화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수록내용 역시 통시적(通時的)으로 삼국시대로부터 대한제국기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작품을 남긴 시인이나 특이한 행적(行蹟)을 보인 인물들이 망라되어 있다. 시대별 시화의 특징적 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국시대의 시화는 최치원(崔致遠)의 <향악잡영 鄕樂雜詠>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흥미롭다.
고려조 시화는 유·불 접합기의 시학 특성, 그리고 유학정신의 선양과 관련된 인물들이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려말과 조선초는 왕조 교체기에 절의를 지킨 문인들의 시와 행적을 부각시켜놓았다. 조선조 시화의 전개양상은 대체로 정치사의 부침(浮沈)과 긴밀한 유대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 초의 내용으로는 세조의 왕위찬탈을 둘러싼 인물 중 김시습(金時習)과 남효온(南孝溫)의 시화가 단연 돋보인다. 사화기(士禍期)의 시화는 김정(金淨)·조광조(趙光祖)와 심정(沈貞)·남곤(南袞) 등의 대립되는 인물평과 시가 소개되고 있다.
동·서 붕당기를 전후한 시화에서는 도학가들의 시가 집중적으로 상당량 제시되어 있어, 저자의 학자적 태도가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의 시화들은 특별한 것이 없이 종래의 여러 시화집의 전승내용을 축약해놓았다.
조선 후기의 시화는 김창협(金昌協)·창흡(昌翕) 형제로부터 실학파 문인인 박지원(朴趾源)·박제가(朴齊家) 같은 인물이 새롭게 제시되어 있다. 대한제국기의 경우는 척사계 인물과 개화기의 양심적 문인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부분은 이 책만이 가지는 특징이 된다.
저자는 한편으로 이 책 곳곳에서 주변적으로 승려·규수·부인·무인 등의 시화도 다루려 노력하고 있다. 그 밖에 시에 대한 저자의 ‘온후(溫厚)’·‘청신(淸新)’한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역시 학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평가하기에 인간과 시작품의 상호조화를 지향하는 의식이 시화의 내용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이 책은 문학사적 맥락에서 보면, 우선 종래의 역대시화를 간명하게 개관하였다는 점에 일차적 의의가 있을듯하다.
그러나 적극적인 면에서 평가해본다면, 한문학의 임종기인 일제강점기에 전통계승과 반외세·민족자존적 의사 표시의 일단으로서의 의미도 되새겨볼만하다. 이 책은 1985년 아세아문화사에서 간행한 ≪회봉전집≫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