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본 춘향가는 1754년에 유진한(柳振漢)이 지은 한시로 된 춘향가이다. 원제목은 ‘가사춘향가 이백구(歌詞春香歌二百句)’이다. 유진한의 문집인 『만화집』에 실려 있어서 ‘만화본 춘향가’라고 한다. 유진한이 판소리 「춘향가」를 직접 듣고 지은 이야기 형식의 칠언장시이다. 지금 전하는 판소리에서 춘향이 부사에게 당하는 고난의 장면을 춘향이 옥중에서 도령에게 하는 구술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1754년(영조 30)에 「춘향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라는 데 의의가 있다.
1754년(영조 30) 유진한(柳振漢)이 지은 한시로 된 춘향가. 작자의 문집인 『만화집(晩華集)』에 실려 있다. 원제목은 ‘가사 춘향가 이백구(歌詞春香歌二百句)’로 되어 있으나 보통 ‘만화본 춘향가’라 일컫는다.
판소리 「춘향가」를 직접 듣고 칠언장시(七言長詩)로 쓴, 현재 전하는 「춘향전」 중에서 가장 초기의 것이며, 이야기 형식의 시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6세의 이도령과 15세의 춘향이 만난다. 춘향이 3월에 놀이를 나와서 만북사(萬北寺) 앞 시냇물에서 목욕도 하고 그네타기도 한다. 그 때 이도령이 보고 방자를 통해 만나게 된다. 도령이 춘향집에 가서 불망기(不忘記)를 써주고 인연을 맺는다. 도령은 춘향에게 신물(信物)을 주고, 내아(內衙)에 들어가 누이에게 자랑한다.
사또의 임기가 끝나 이도령이 서울로 가게 되자, 춘향은 「이별가」를 부르며 이별한다. 상경한 도령은 과거에 응시하여 알성과(謁聖科)에 장원으로 급제, 한림(翰林) · 정자(正字) · 교리(校理)를 거쳐 호남어사를 제수받는다.
어사가 호남으로 오는 도중에 농부에게 물으니, 성주(城主)가 광망(狂妄)스럽다 한다. 어사가 춘향집을 찾아가니, 월매가 어사를 업신여긴다.
어사가 옥문을 찾아가니 춘향이 삼목(三木)에 의지하여 그간의 슬픈 사실을 울면서 말하기를, 부사의 수청을 거절하다가 옥에 갇혔으며, 꿈을 꾸니 거울이 깨지고 꽃이 날아서, 봉사를 불러 해몽하니 귀인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한다.
춘향은 이제 낭군을 만났으니 한이 없지만, 내일 본부(本府)의 잔치 끝에 맞아죽으면 초종 염습(殮襲)이나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사가 그날 춘향집에서 자고 다음날 본부에 가보니 수연(壽宴)이 열리므로, 어사는 걸인차림으로 말석에 앉는다.
일련의 시를 짓고는 암행어사 출두를 하고 좌기(坐起)한다. 어사는 춘향의 이름을 기적(妓籍)에서 빼고 같이 서울로 간다. 왕이 춘향에게 정렬부인 교지를 내리고, 어사는 귀벌녀(貴閥女)에 장가를 들고, 후에 영의정에 올랐다.
유진한은 천안 목천(木川)을 배경으로 한 향당(鄕黨) 시인으로,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 칠언장시 2,800자의 한시를 창작했다. 이 시는 한시본이므로 광대의 판소리를 얼마나 충실히 옮겨놓았는가는 의심이 가지만, 영조 30년에 「춘향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라는 데 의의가 있다.
기본 구성에서는 지금 전하는 판소리나 소설에 비하여, 춘향이 부사로부터 당하는 고난이 춘향이 옥중에서 도령에게 하는 구술(口述)을 통하여 형상됨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는 ‘이도령전’이라 할 만큼 이도령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고, 춘향은 여염가의 규수가 아니고 기생 월매의 딸로서 동기(童妓)이다. 그래서 도령과의 결연도 기생의 타산적 행위인 춘향의 자유의사에 의지하고, 도령에게 정조의 대가로 물질을 얻는다.
후기의 「춘향전」에 비하여, 기생모로서의 월매의 행위가 강조되지 않았다. 도령이 과거급제 후 한림 · 정자 · 교리를 거쳐 승지로 오른 다음에 암행어사로 내려가므로, 다른 「춘향전」보다는 사리에 맞는다.
삽입가요로는 「사랑가」 · 「이별가」 · 「자탄가」의 흔적이 보이나, 「십장가」에 대한 사실은 없다. 「이별가」에는 잡가인 「황계사(黃鷄詞)」가 사용되고 있어, 이것이 고형(古型)임을 시사해준다.
작품의 서사구조로 보면, 애정갈등과 그 해소의 과정을 통해서 춘향과 이도령의 동년(童年)의 사랑이 성숙한 사랑으로 변모하는 애정의 실현이 중심이 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신분갈등과 그 해소의 과정이 병행되어, 부정적 지배층의 수탈상을 폭로하는 사회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결국 고난의 제시보다는 고난의 해소와 부귀영화라는 현실적 욕구의 성취에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