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경술의기』는 신라 승려 의적(義寂)이 『무량수경』을 풀이한 글이다. 『무량수경』 전체의 분단을 서분(序分)·정종분(正宗分)·유통분(流通分)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이는 신라의 승려 현일(玄一)의 십분과(十分科)나 경흥(憬興)의 견해와 차이가 있다.
『무량수경술의기』는 신라 승려 의적(義寂)의 찬술이다. 의적은 당 유학 시기에 현장의 신(新)유식학을 접하였고, 귀국 후 신라에서 의상과 교류한 것으로 보인다. 원본은 현존하지 않는다.
일찍이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가 일본 찬술의 논서에 인용된 문장을 엮어 『무량수경술기』 복원본을 발표하여,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한국불교전서』에 실려 있는 『무량수경술기』는 에타니 류카이의 복원본이다.
이후 2009년 가을 일본 국제불교학대학원대학의 오치아이 토시노리(落合俊典)가 이끄는 <동아시아불교사본연구회>에서 야마나시켄(山梨縣)에 있는 니찌렌슈(日蓮宗) 총본산 구온지(久遠寺) 내에 설립된 미노부(身延) 문고에서 ‘무량수경술기권제일(無量壽經述記卷第一)’을 발견하였다. 『무량수경』(강승개(康僧鎧) 역) 가운데 상권의 일부분을 주석한 것으로, 분량은 41정(丁)이다. 장정이나 글자 모양 등을 볼 때 헤이안 후기의 사본이다.
전체 3권 가운데 미노부 문고본은 상권의 일부이고, 에타니 복원본은 중・하권 위주이다. 즉 미노부 문고본은 서분, 에타니 복원본은 정종분・유통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의적은 『무량수경』 전체의 분단을 서분(序分) · 정종분(正宗分) · 유통분(流通分)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누고 있다. 이는 신라의 승려 현일(玄一)의 십분과(十分科)나 경흥(憬興)의 견해와는 전혀 다른 이채로운 점이다.
본문 해석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신통력(神通力)에 관한 부분이다. 법장비구(法藏比丘)의 48원(願) 중 제10원에 대하여 이전의 논사(論師)들은 제6 신통인 누진통(漏盡通)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적은 그 부분을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漏染不起]’라고 이해하였다. 그리고 누진통을 육신통 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육신통 가운데 다른 다섯 가지는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위신력(威神力)에 의해 얻어지지만, 누진통은 오직 진실한 수도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앞의 다섯 가지 신통과 함께 묶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제10원을 해석함에 있어서 누(漏)를 완전히 끊는다는 이전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오히려 탐욕상(貪欲想) · 진에상(瞋恚想) · 살해상(殺害想)을 갖지 않음으로써 삼독(三毒)의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라의 정토 사상가들과 다른 견해를 보이는 곳은 십념(十念)에 대한 해석 문제이다. 원효(元曉)나 경흥은 이 십념을 경에서 설하는 십선(十善)과 같이 해석하였다. 즉, 미타정토(彌陀淨土)에 왕생하려면 열흘 밤낮 동안 십선을 닦아야 한다는 『무량청정평등각경(無量淸淨平等覺經)』을 이곳에 적용시켰다. 그러나 의적은 이 견해를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무량청정평등각경』의 십선은 『무량수경』의 십념과 구분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오역죄(五逆罪)를 범한 중생들의 왕생에 관한 그의 견해이다. 의적은 우선 오역자(五逆者)를 둘로 구분한다. 첫째는 신(信)을 간직하고 있는 오역자, 다음으로는 신을 간직하지 않고 있는 오역자이다. 그 가운데 신을 간직하지 못한 오역자의 경우 왕생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이 점은 경흥이나 현일 등의 학설과 크게 다른 점이며, 담란(曇鸞)과 혜원(慧遠)·원효 등 세 고승의 학설을 종합한 것이다. 즉, 단순히 개성불도(皆成佛道)의 입장을 취하지 않고, 그렇다고 중생 중 일부는 도저히 성불할 수 없다고 보는 일천제설(一闡提說)을 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업(業)의 전향 여부, 정업(正業)과 부정업(不定業)에 중점을 두어, 『무량수경』과 『관무량수경』에서 설명되는 오역자를 세밀히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의적은 『무량수경』에서 설명하고 있는 신명기식(神明記識)이라는 표현을 인간의 심층 심리인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으로 이해하고 있다.
의적을 혜원(慧遠)계 정토교가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무량수경술의기』에서는 혜원(慧遠)과 해석을 달리하는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의적은 논사들의 견해를 직접 인용하지 않고, 주로 『화엄경』, 『유가사지론』, 『대지도론』 등 경론(經論)에 의거하여 주석하고 있다. 특히 이 글은 의적의 다른 저술과는 달리 『화엄경』을 많이 인용하였다. 또한 의적의 주관적인 해석은 잘 드러나지 않으며, 미륵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무량수경술기』에 『화엄경』 인용은 모두 6회로, 보살의 고행(苦行), 법륜을 바르게 굴린다는 것의 의미, 부처의 법륜이 중생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는 까닭, 반열반(般涅槃)의 의미, 불법장(佛法藏)의 개념, 보현보살의 덕에 대한 부분에 나온다. 선행 연구에서는 『화엄경』 인용이 많고, 『화엄경』의 ‘십(十)’ 개념을 중심으로 『무량수경』 서분을 이해하려고 한 것으로 보아 의적이 화엄의 학맥을 계승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법화경론술기』 등 의적의 다른 저술들은 유식학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