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笑話) 중 치우담(癡愚譚) 혹은 우행담(愚行譚)으로 분류된다. 신체적 장애 · 어리석은 욕심 등이 어리석은 행동[愚行]의 원인이 되어, 그 행동의 과정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설화(說話)가 다양하게 전승 · 유포되고 있으며, 특히 문헌 설화집(說話集)에 수록된 이야기 편수가 많다.
또한, 『태평광기언해(太平廣記諺解)』 · 『명엽지해(蓂葉志諧)』 · 『고금소총(古今笑叢)』 등에 수록된 것을 발췌하여 번역한 것도 많아서, 현재 전승되고 있는 이 계열의 설화는 문헌으로 전해져 온 것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보설화」는 인물 관계를 기준으로 가족 관계 속 바보 인물과 사회관계 속 바보 인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족 관계 속 바보 인물은 부모와 자식 간, 형제 간, 부부 간, 사돈 간에서 나타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인물로는 바보아버지 · 바보어머니 · 바보아들 · 바보딸 · 바보사위 · 바보며느리 등이 있다.
「바보사위담」이 「바보설화」의 대표 유형이다, 사위의 어리석은 행동은 주로 처가에서 저질러지며, 인사법의 실수, 음식이나 물건의 명칭을 알지 못하여 발생하는 실수, 무분별(無分別), 망각 등이 그 동기가 된다. 「송편 이름을 까먹은 사위」 · 「노래 못하는 사위」 · 「첫날밤에 그릇 깬 바보사위」 등이 있는데 「첫날밤에 그릇 깬 바보사위」는 바보사위가 결혼 첫날에 처가에서 먹은 나박김치를 먹고 싶어서, 항아리에 손을 넣었다가 손이 빠지지 않아서 항아리를 깼다는 내용이다.
「바보며느리담」은 대개 시아버지를 대상으로 하며, 말공대와 상황의 불일치, 음식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 방귀 등이 어리석은 행동을 유발하는 주된 동기가 된다. 이때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실수를 두둔하나, 며느리가 그것을 진짜 칭찬으로 오해하는 과정이 웃음의 포인트이다.
일례로 시아버지가 방귀 뀐 며느리가 무안해 할까 염려하며 며느리 방귀를 “아들 낳을 복 방귀”라고 하자, 며느리가 “아까 부엌에서는 더 많이 뀌었어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나,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존댓말을 가르쳤는데 며느리가 시아버지 입에 밥풀 붙은 걸 보고 “아버님 주둥씨에 밥풀씨가 붙었습니다.”라고 말한 장면 등이 그러하다.
「바보아들담」은 「바보사위담」과 비슷한 유형이 많은데, 문자의 오용(誤用), 문상객(問喪客)으로서의 실수, 실수로 어머니를 살해한 것 등이 어리석은 행동을 유발하는 주된 동기가 된다. 「미련한 소금장수」는 바보 아들이 아버지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가르침을 적용하는 어리석은 언행이 연속적으로 누적된다.
「바보형제담」은 형제 중 한쪽이 상황을 이끌어 가는 능동적인 위치에 있고, 다른 쪽이 거기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수동적 위치에 있는데, 그속에서 어리석은 행동이 발생한다. 「바보형제의 어머니 살해 이야기」는 바보 아들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 풀을 태우다가 어머니까지 태운다.
부부 사이에서 어리석은 행동을 행하는 인물은 주로 남편 또는 아내 한쪽인 경우가 많은데, 부부 둘 다 우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바보남편담」에서는 주로 남편이 부부관계에서 아내에게 우행을 저지른다. 이때 아내는 상식적이고 영리한 인물로 그려져 있어, 남편의 어리석음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어리석은 남편에게 아내가 문자 · 예법 등을 가르치나, 남편이 상황에 맞지 않게 맹목적으로 아내의 가르침대로 행동하다가 결국 망신당하는 이야기가 있다. 첫날밤에 남편이 장인에게 개자식이라고 외치는 「에잇 개자식」이 대표적이다. 또는 남편이 처가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 들켜서 망신당하는 이야기가 있다. 또 바보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아내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자 바보 남편이 이에 그대로 속아 넘어가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아내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면 염정담(艶情譚)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바보아내담」은 아내가 가사에서 저지른 실수를 다룬 것이 많다.
「바보부부담」은 객줏집 주인 내외가 손님들이 자신의 물건을 잊어 먹고 객줏집에 놓고 가도록 손님들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이는데, 손님들이 음식값 지불까지 잊고 가자 까마귀 고기의 효과가 있다며 좋아한다는 이야기, 내외가 모두 어리석어 첫날밤에 곤욕을 치르거나 아내가 쫓겨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보사돈담」은 사돈 사이에서 주로 상대편 집에 문상하러 가서 실수를 하는 내용이 많다.
사회관계 속 바보 인물은 주종(主從) 사이, 이웃 간의 양반, 시골 사람, 승려, 불구자 등이 있다.
주종 사이에서의 바보는 대체로 양반이나 원님으로, 하인과의 사이에서 어리석은 행동이 저질러진다. 조상 덕에 감투를 썼거나 돈으로 벼슬을 산 양반(상전(上典))의 무식함을 비웃는 내용이 많다. 이 유형의 대표 설화는 「바보원님 설화」이다. 일반적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원님의 어리석은 언행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원님은 세배하는 날을 모르거나, 노루가 알을 낳는지 새끼를 낳는지를 몰라서 망신당한다. 「달을 사온 이방」에서는 원님이 그믐달을 보고 걱정이 되어 이방에게 달을 사 오라고 한다. 「바보 원님의 엉터리 재판은」에서는 바보 원님이 아내의 말을 따라 하다가 어리석은 판결을 내려 백성에게 피해를 준다. 「바보원님 설화」는 바보양반담에 속한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양반이나 원님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한 웃음은 전승자들의 양반들에 대한 비판과 전승자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스스로 위로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시골 사람들이 처음 접한 도시 문물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벌이는 어리석은 실수를 다룬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 「양초 귀신」 설화가 있고, 어리석은 중들의 실수, 또는 시각 장애인 · 청각 장애인 · 말더듬이 등과 같이 신체적 불구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다룬 설화가 있다.
「바보설화」는 내용에 따라서는 바보우행담 · 바보행운담 · 바보음담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바보우행담」은 인물의 ‘바보짓’에만 집중하는 이야기로 가볍게 웃고 지나갈 정도의 실수나 어리석음을 다룬다. 대부분의 「바보사위담」 · 「바보남편담」이 이에 해당하고, 「다듬잇돌을 머리에 인 색시」 · 「바보 옹기장사」 · 「우부」 · 「미련한 동생」 등이 있다.
「바보행운담」은 인물이 지닌 바보스러움으로 인해 오히려 행운을 거머쥔다는 내용이다. 이 유형은 민담 특유의 전복적(顚覆的) 사고를 보여준다. 「왕자님을 웃긴 바보」 · 「숯 굽는 바보」 · 「영리한 바보」 등이 있다.
「바보음담」은 인물의 바보스러움을 빌미로 하는 성(性) 이야기로, 성적 욕구의 표출과 성교육적 기능을 갖는다. 「도혹 놀음」 · 「그것 없이는 못 살아」 · 「숯짐 지고 보니」 등이 있다.
「바보설화」는 대개 연쇄담이나 누적담이 많아서 길이가 길고 유화(類話)가 많다. 내용은 약자에 대한 동정과 강자에 대한 비판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대체로 관습을 부정하거나 무지 · 미련함 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들 어리석은 행동이나 실수, 신체적인 불구까지도 소화(笑話)처럼 처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낙천적이고 여유 있는 삶의 태도와 인간성에 대한 긍정적 면모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