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래담의 하나로, 신이담(神異譚) 중 기원담에 속하는 이야기 유형이다.
이 설화는 두 가지 종류가 알려져 있는데, 그 하나는 인신공희(人身供犧) 및 영웅의 괴물 퇴치 모티프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벼랑으로 떨어져 죽은 두 처녀에 관한 것이다. 이 중에서 인신공희와 괴물 퇴치 모티프로 이루어진 유형이 더 알려져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어촌에서 목이 셋이나 되는 이무기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어느 해에도 한 처녀의 차례가 되어 모두 슬픔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용사가 나타나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자원하였다. 처녀로 가장하여 기다리던 용사는 이무기가 나타나자 달려들어 칼로 쳤으나 이무기는 목 하나만 잘린 채 도망갔다.
보은의 뜻으로 혼인을 청하는 처녀에게 용사는 지금 자신은 전쟁터에 나가는 길이니 100일만 기다리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만약 흰 깃발을 단 배로 돌아오면 승리하여 생환하는 것이요, 붉은 깃발을 단 배로 돌아오면 패배하여 주검으로 돌아오는 줄 알라고 이르고 떠나갔다.
그 뒤 처녀는 100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높은 산에 올라 수평선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수평선 위에 용사가 탄 배가 나타나 다가왔으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처녀는 절망한 나머지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은 용사가 다시 이무기와 싸워, 그 피가 흰 깃발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그 뒤 처녀의 무덤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백일기도를 하던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어났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다 한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몇 개의 유명한 모티프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즉 「심청전」의 ‘인신공희’ 모티프, 「지하국대적퇴치설화」의 ‘괴물 퇴치’ 모티프, 「치마바위설화」의 ‘선호의 색깔을 오인한 자결’ 모티프, 「할미꽃설화」의 ‘꽃으로의 환생’ 모티프 등이 그것이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거타지 설화」, 『고려사』 에 수록된 「작제건 설화」, 「두꺼비의 보은 설화」, 「김녕사굴 뱀설화」 등도 인신공희 모티프와 괴물퇴치 모티프가 결합된 이야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들 모티프는 서양의 테세우스 또는 페르세우스 등의 영웅담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범세계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구비문학뿐만 아니라 기록문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끊임없이 문학의 테마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중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