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헌유고』는 조선 후기의 학자 김중려(金重呂, 1675~1716)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간행한 시문집이다. 1905년 이후에 목활자로 간행하였다. 일찍이 경전과 제가(諸家)의 책을 즐겨 읽고, 특히 『심경(心經)』 연구에 몰두했던 저자의 학문적 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3권 1책의 목활자본이다.
이 책은 편집 · 간행 연도를 알 수 없지만, 1905년 기우만(奇宇萬)이 찬(撰)한 묘갈명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권두에 1854년에 기정진(奇正鎭)이 『심경차기(心經箚記)』에 부친 제사(題辭)가 있고 권말에 마찬가지로 1904년에 최익현(崔益鉉)이 『심경차기』에 부친 발문이 있어 문집이 정리되기 전에 『심경차기』가 별도로 단행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권1에 천인심성합일도(天人心性合一圖) · 심경차기(心經箚記), 권2에 시 24수, 권3에 부록으로 만사 7편과 가장(家狀) · 묘갈명 등을 수록하고 있어, 문집의 구성이 『 심경(心經)』 연구에 특히 몰두하였던 저자의 학문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천인심성합일도」는 태극(太極)과 심성(心性)을 상반(相反) · 융합(融合)의 논리로 조합하여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 체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심경차기」는 정복심(程復心)의 「심학도(心學圖)」에 대해 심(心)과 경(敬)의 상세한 도설(圖說) 및 자신의 견해를 추가하여 설명한 글이다. 정복심이 양심을 인욕에 빠지지 않은 어린 아이의 마음에 배속시켜 인심의 장본으로 삼고, 본심을 의리가 갖추어진 대인의 마음에 배속시켜 도심의 장본으로 삼은 것에 반대하며, 양심과 본심을 어린 아이와 대인에 분속해서는 안되며 양심을 본심이라 하는 것도 가하고 본심을 양심이라고 하는 것 역시 가하다고 하였다.
『심경』의 제1편에서는 인심(人心) · 도심(道心), 제2편에서는 성의(誠意), 제3편에서는 격치(格致), 제4편에서는 양심(養心)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각 편마다 필요한 도식과 함께 제가(諸家)의 설을 인용해 자기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례로 제1편에서 도심과 인심에 대해서, 주희가 도심에는 ‘근원한다’를 의미하는 원(原) 자를 쓰고 인심에는 ‘생겨난다’를 의미하는 생(生) 자를 쓴 것에 대해, 이것은 성명(性命) · 형기(形氣) · 내외(內外) · 빈주(賓主)의 형세를 구분하여 말한 것일 뿐이지 도심은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인심은 본래는 없는 것이어서 둘을 구분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곧, 인심과 도심은 바깥으로 발현한 것을 말미암아 그 소종래를 구하면 도심은 성명(性命)으로부터 발출(發出)하는 것이고 인심은 형기(形氣)로부터 발출하는 것이므로, 도심은 성명의 바름에서 근원하고 인심은 형기의 사사로움에서 생겨난다고 했다고 본 것이다.
시는 비록 편수는 적으나 모두 수준 높은 격조(格調)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거(幽居)」 2수는 은일적(隱逸的)인 기분을 토로함과 동시에 격물(格物) · 함양(涵養) 등 이학적 사변(思辨)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영죽(詠竹)」은 대나무의 기절(氣節)을 서정적 감흥을 곁들여 찬미한 것이다. 「초추(初秋)」는 초가을 경치를 노래한 산수시로 계절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독심경고시(讀心經古詩)」는 『심경』의 편자인 진서산(眞西山)을 문명성(文明星)에 비유하여 찬양한 시이다.
이 밖에 시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평소 교유한 인물들과 차운하거나 증여한 시인데, 이러한 작품에도 저자의 고상한 의경(意境)과 감회가 표현되어 있다. 저자의 시는 성률(聲律)이 엄격하며, 영물(詠物) · 서경(敍景)에 있어 색감(色感)이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