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문학(漢詩文學)은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 외국과의 수교로 인한 전통적 가치관의 혼란으로 쇠퇴일로에 접어들면서도 그 명맥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병세집』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지어진 작품 중의 정수를 선별한 것이다. 대체로 작가 1인에 1수씩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병세집』에 수록된 시 가운데에는 김병학 · 민태호(閔台鎬) 등 6인이 연작한 「담용정시회(澹溶亭詩會)」와 흥선대원군의 「수성동청폭(壽聖洞聽瀑)」을 비롯하여 「이화동야가(梨花洞夜歌)」 · 「육신묘(六臣墓)」 · 「송박학림정송운우지나(送朴鶴林鄭松雲于支那)」 · 「만민충정(挽閔忠正)」 등이 있다.
권하의 끝에는 「규정무전(閨情無全)」 3수와 「납자시인(衲子詩人)」 3수가 실려 있다. 「규정무전」은 여류시인인 운초(雲楚)와 금앵(錦鶯) 및 죽서박씨(竹西朴氏)의 작품이고, 「납자시인」은 승려 혼허(混虛) · 대운(大雲) · 나은(懶隱)의 작품이다.
『병세집』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편집된 시선집인 『해동시선(海東詩選)』(趙宗燮 編) · 『풍요삼선(風謠三選)』(劉在建 · 崔景欽 編) · 『고금영물근체시(古今詠物近體詩)』(劉在建 編) · 『대동시선(大東詩選)』(張志淵 編) 등과 비교하면 수록된 분량은 적다.
그러나 순조 이후에 서양문물에 따른 가치관의 변동과 동학운동과 일본의 침략 등의 사회적 격변기에 씌어진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