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석(黃胤錫) 편저. 23권. 목활자본. 이수란 이학(理學)의 총체, 물리연원(物理淵源)의 뜻이다.
이 문집의 방대한 내용은 태극도(太極圖) 권1로부터 시작하여 이기(理氣) · 태극(太極) · 천지(天地) · 천도(天度) · 역법(曆法) · 일월(日月) · 성신(星辰) · 음양(陰陽) · 오행(五行) · 지리(地理) · 주역(周易) · 주자도설(朱子圖說) · 율력지(律曆志) · 천문지(天文志) · 오행지(五行志) · 성리성명(性理性命) · 통서(通書) · 예악(禮樂) · 홍무정운(洪武正韻) · 훈민정음(訓民正音) · 속대전(續大典) · 구구방수도(九九方數圖) 등의 고전적 교양과 치도(治道) · 수양(修養) · 독서(讀書) · 처세(處世), 심지어는 일본의 문자인 가나(カナ)에 이르기까지 20권에 수록하고 있다.
수학에 관한 저술로는 마지막의 3권, 즉 권21 · 22 『주학입문(籌學入門)』, 권23의 『주학본원(籌學本原)』이 있다. 황윤석은 30세에 사마시에 급제하고 관계에 들어온 이후에는 익찬(翊贊, 정6품)이라는 하급관직을 거쳤을 뿐이지만, 실학기의 대표적 계몽학자의 한 사람으로 죽은 다음 명현으로 모셔질 만큼의 대유(大儒)였다.
산서(算書)에 대한 조예도 상당하였던 모양이지만 아마추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수학서를 엮는 태도가 전혀 몰개성적인 망라주의라는 점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산서 자체로서의 의의가 적은 백과전서식인 편집은 오히려 그 공평성 때문에 수학사 연구에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이 책의 내용이 당시 수학계의 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 밑에서 판단한다면, 다음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수신편』 23권 중, 특히 3권을 수학에 할당시키고 있다는 비중의 크기, 그리고 이 문집 속에서 취급하고 있는 과학의 영역이 수학과 역산(曆算)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실학자들의 과학관의 유일한 원천이 수학이었음을 뜻한다.
둘째, 수학의 주류는 여전히 『상명산법』 · 『양휘산법』 · 『산학계몽』이 중심이었는데, 『경국대전』에 규정된 산학이 당시까지도 지속적으로 실현되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셋째, 『동문산지(同文算指)』 · 『수리정온(數理精蘊)』 등 유럽계의 근대적인 수학서가 소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 거의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전통적인 고전수학의 유형이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중에서 국어학과 관련된 내용을 들면 다음과 같다. 권9의 「화담집초」에 들어 있는 서경덕(徐敬德)의 ‘황극경세성음해(皇極經世聲音解)‘와 ‘발전성음해미진처(跋前聲音解未盡處)‘, 그리고 권12의 「황극경세서」 등에는 언어철학 및 운서에 대한 이론이 소개되어 있으며, 권20의 「운학본원」에는 성운학(聲韻學)의 근원을 밝히고자 한 작업이 드러나 있다.
특히, 권20의 부록으로 세종대왕훈민정음본문자모(世宗大王訓民正音本文字母)와 홍무정운자모(洪武正韻字母), 몽어노걸대12자두문(蒙語老乞大十二字頭文) 등의 자료와 해설을 붙이고 있어서 국어학연구의 귀중한 문헌이 되고 있다. 이 책은 1975년 아세아문화사에서 영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