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9월 2일부터 1931년 11월 10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김동인의 처녀장편소설인 이 작품에 대하여 작가 자신은 역사소설이라 부르지 않고 통속소설이라 지칭한다. 이는 대원군(大院君)을 비롯하여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근거한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배경은 임오군란(壬午軍亂, 1882년) 1년 전부터 시작하여 군란 이후 대원군의 재집권과 청국(淸國)으로 납치되어 간 직후까지 약 1년간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장한 이인화가 어영대장 민겸호의 집에 민씨 일파의 정보를 얻으러 복돌이라는 가명의 상노로 잠입하였다가 식객인 최 진사에게 발각되어 물러나는 데서 시작한다.
민비가 갑자기 세력을 펴서 시아버지인 대원군을 배척하고, 민씨 일족이 권력을 장악하게 하여 개국을 하고 외세를 질머지고 국정을 농단한다. 이에 대원군파는 몰락한다.
대원군의 막역한 지기였던 이활민이 학대를 받아서 뜻을 잃은 명문집 자제 20명을 모아 활민숙을 개설하여 학문과 무예를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 : 한번 패한 자가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 옴)를 꾀한다.
이인화는 남장을 하여 다른 숙생들은 그가 여성임을 알지 못하나, 사찰인 안재영은 그가 부모가 정혼해준 자기의 약혼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멸문의 복수를 위하여 드러내지 않는다.
이인화는 자신의 정혼자가 명 참판의 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재영이 약혼자인 것을 모른다. 대원군을 시해하러 잠입했다가 붙잡힌 자객의 이름이 명인호임을 알고 자기의 약혼자로 오인한 인화는 그를 풀어준다.
안재영은 세도 민씨 일가를 괴롭히는 활동을 하다가 육혈포에 저격을 당하나, 우연한 구함을 받아 생명을 부지한다. 민씨 일파는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군량(軍糧)에 모래를 섞어 지급하면서 뱃속을 채우고, 드디어는 군란이 일어난다.
이에 대원군이 다시 옹립되나 민씨 일파는 청나라 군사의 지원을 받아 대원군을 채포하여 청국으로 납치한다. 권토중래의 기회를 잃은 활민숙생들은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일본의 시대물과 유사하며, 작중인물을 극단적으로 선악(善惡)대립시키고 안재영을 영웅화시킴으로써 작가의 말과 같이 본질적인 역사소설과는 거리가 먼 통속소설에 머물고만 듯하다.
김동인의 또 다른 역사소설인 「운현궁(雲峴宮)의 봄」(1933∼1934) 하편과 같은 이 소설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 작가의 고정관념, 즉 영웅주의적 사관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그의 문학적 이상주의가 반영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