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단옷날에 궁중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이것을 기로소(耆老所)에 하사한다고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서열(暑熱)을 풀고 번갈(煩渴)을 그치게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물 한 말에 오매육 가루 10냥, 백단향 8돈, 사인 4돈, 초과 3돈을 배합하는 법과 백청(白淸) 5근에 오매육 가루 1근, 백단향 5돈, 사인 5돈, 초과 1냥을 배합하는 법을 수록하였다.
만드는 법은 먼저 백청을 끓이면서 모든 약재를 고운 가루로 만들어 넣는다. 이것을 백자항아리에 담아놓고 냉수에 타서 먹으면 가슴속이 시원하고 그 향기가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단오부터 여름내 마시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에 귀하게 구한 얼음물에 타서 마시면 더없이 좋은 음료였다.
제호탕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전한다. 이덕형(李德馨)이 영의정으로서 창덕궁 중수의 도제조를 겸하여 주야로 분주할 때이다. 때마침 복중이요 집에서 들여오는 상으로는 식사가 마땅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궐 가까이에 조그맣게 소실의 집을 마련하고 쉬기도 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를 하기도 하였다.
이덕형이 하루는 한여름 더위에 허덕이며 제호탕이나 한 그릇 마셨으면 하고 소실집을 들어서는 즉시로 손을 내밀었다. 소실이 선뜻 가져다 바치는 것이 자기가 찾는 제호탕이었다. 그는 한참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 길로 돌아 나와 발을 끊고 다시는 찾지를 않았다.
얼마 뒤 이항복(李恒福)이 찾아갔다가 그 사실을 알고 이덕형에게 연유를 물었다. “그날 목이 매우 타서 제호탕을 생각하며 손을 내미니 선뜻 내어주는 것이 어찌나 영리하고 귀여운지! 그러나 지금 이 시국에 명색이 대신으로 한 계집에 연연하여 큰 일을 그르칠까 두려워 마음을 굳힌 것”이라 하였다. 그 뒤에 소실에게 평생 살아갈 논마지기를 내리고 그 여인을 다시 찾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