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3월 『개벽(開闢)』 19∼22호에 연재되었다. 현진건의 작품 「술 권하는 사회」와 함께 식민지치하에서 지식인이 겪어야 하였던 좌절과 타락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으며, 비교적 장황한 화제와 사건을 통해서 타락자와 기녀(妓女)의 달콤한 애정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공부밖에 모르던 주인공 나는 당숙의 양자로 들어가 자유가 없게 된 뒤부터는 자포자기의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신입사원 초대연에서 알게 된 춘심(春心)이라는 기녀를 만나 서로 연정이 깊어진다. 처음에는 아내까지도 한 번 가서 정을 풀어버리라고 하였지만 춘심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난 다음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까지 한다.
나는 화대로 20원을 춘심에게 건네었다가 매정스럽게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춘심이 기생의 몸이지만 돈으로 몸을 팔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춘심을 멀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가까워지고 끌리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여 자주 춘심을 찾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아내는 안달이 나고, 춘심은 늙은 아버지의 여생을 위하여 김승지라는 부자에게 시집을 간다.
춘심에 대한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르지만 곧 이은 춘심의 죽음으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인해 사랑은 종말을 맞이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요리집에서 춘심과 사귀면서 애틋한 연정을 편지로 교환하는 부분과, 춘심의 집을 출입하다가 급기야는 성병까지 걸리게 되고, 몹쓸 병을 아내에게까지 옮기게 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돋보인다.
무려 13장에 걸친 사연은 다소 지루한 느낌마저 주지만 전편에 실사된 표현은 실감을 돋우어준다. 작가가 강조한 것은 기녀 춘심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의 발로이며, 저주할 것은 사회이고 한(恨)할 것은 자신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