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사 대웅전의 후불탱화로 제작된 이 영산회상도는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지옥을 다스리는 시왕상이 그려진 대작이다. 비단 바탕에 화려하게 채색된 이 그림은 1750년(영조 26) 제작된 것으로 내용이나 규모면에서 보기 드문 불화이다. 화원 명열(明悅) 비구가 주상삼전하의 만세를 위해 발원 제작했으며, 이 공덕으로 인해 모든 중생이 불도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2000년 1월 31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불화의 크기는 세로 410㎝, 가로 273㎝이다. 석가불좌상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등 4대 보살과 10대 제자, 분신불, 사천왕, 팔부신중, 제석, 범천, 용왕, 용녀, 청문중(聽聞衆) 등으로 구성된 군도식 배치구도이다. 키형 광배를 지닌 석가모니불은 수미단 위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하였는데, 항마촉지인을 한 손 모양과 균형 잡힌 신체가 당당하면서도 위엄 있게 보인다. 석가불 좌우에 보살과 제자를 배치하고 팔부중과 분신불은 석가불 상단에 좌우로 배치하고 하단 좌우에 사천왕을 배치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 한정된 공간에 질서정연하게 좌우대칭으로 배열되어 있다. 키형 광배 테두리는 붉은 화염으로 표현되며, 광배 내부는 현란한 색채의 광선문과 화려한 꽃무늬들로 장식되어 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여의와 연꽃을 들었으며 합장한 두 보살의 상반신만 나타나 있다. 백발비구의 모습인 가섭과 젊은 아난존자는 특히 석가불 가까이에 배치되어 있다. 팔부중은 천 · 용 · 야차 · 건달바 ·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인데, 용은 합장한 인물이 머리에 용의 탈을 쓴 모습으로 묘사된다. 인왕과 유사한 얼굴 표정과 나신에 긴 천의 자락이 어깨 위로 둥글게 돌려져 있다. 석가의 형상을 한 분신불은 석가설법을 증명하기 위해 나타나며, 범천과 제석천은 왕의 모습이나 화관을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채색에서는 빛이 나는 듯한 청색이 아름다우며, 녹색과 적색이 화사하고, 그 외에 황색과 흰색, 검은색이 사용되었다.
이 불화는 특히 채색에서 주목할 만한데, 가라앉은 듯한 차분한 파스텔 톤의 색채가 돋보이며, 빛이 나는 듯한 청색이 아름답다. 내용과 규격면에서 보기 드문 수작으로, 조선 후기 불화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