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운론에서 자음을 조음 방식과 조음 위치에 따라 분류하는 것과 평행하게 전통적인 성운학에서는 성모를 청탁(淸濁)과 조음 위치에 따라 구분하였다. 청탁에 따라서는 ‘전청(全淸), 차청(次淸), 전탁(全濁), 차탁(次濁)[또는 불청불탁(不淸不濁)]’의 네 부류로 나누고 조음 위치에 따라서는 아음(牙音), 설음(舌音), 순음(脣音), 치음(齒音), 후음(喉音)의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조음 위치에 의해 구분된 다섯 부류의 음을 합쳐서 ‘오음’이라고 부른다. 음률에서 말하는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의 ‘오음’과 구분되지만, 『훈민정음』에서는 성운학의 오음과 음률의 오음을 서로 대응시키기도 하였다.
오음 중 ‘아음’은 연구개음에 대응한다. ‘설음’은 대체로 치조음에 가까운데 설상음(舌上音)과 설두음(舌頭音)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순음’은 양순음과 순치음을 합친 부류로 순경음(脣輕音)과 순중음(脣重音)을 구분하기도 한다. ‘치음’은 치아에서 나는 소리로 치두음(齒頭音)과 정치음(正齒音)으로 세분된다. ‘후음’은 목에서 나는 소리로 현대에도 같은 의미로 그대로 쓰인다. ‘아음 · 설음 · 순음 · 치음 · 후음’의 ‘오음’에 반설음(半舌音)과 반치음(半齒音)의 두 부류가 추가되면 소위 ‘칠음(七音)’이 된다.
초성을 ‘오음’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그 시기가 매우 오래 되었다. 중국의 경우 6세기 무렵에 저술된 고야왕(顧野王)의 『옥편(玉篇)』에서 이미 찾아볼 수 있으며 그 이후 오랜 기간 계속 쓰여 왔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수용되었다.
그런데 ‘오음’의 개념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성자의 제작에는 ‘상형’과 ‘가획’이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즉 오음을 기준으로 같은 조음 위치에 속하는 글자들은 조음 기관을 ‘상형’하여 기본자를 하나씩 만든 후 나머지 글자들은 소리의 세기에 따라 기본자에 ‘가획’을 하여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같은 조음 위치에 속하는 글자들은 동일한 모양을 공유함으로써 글자 모양에 음성학적 정보까지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것은 훈민정음의 과학성을 언급할 때 가장 중시하는 측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