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사 『고봉화상선요』는 1573년(선조 6) 황해도 묘향산 보윤암에서 간행한 불서이다. 이 불서는 남송~원 초기에 활동하였던 임제종의 대표적인 선승인 고봉 원묘의 어록이다. 이 책은 간화선 수행자들에게 체계적인 간화선의 실천 방법을 설명서로 제시한 것이며, 고려 말의 선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고봉화상선요』는 조선 중기에 승려들의 이력 과정인 사집과의 과목으로 채택되어 조선시대에 많이 간행되었다.
저자인 고봉(高峰) 원묘(原妙, 1238~1295)는 법명이 원묘이며, 법호가 고봉이다. 그는 '설암 조흠(雪巖祖欽)―고봉 원묘―중봉 명본(中峰明本)'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속하며, 남송(南宋)~원대(元代)의 선종을 주도하였던 임제종(臨濟宗)의 대표적 선승(禪僧)이었다. 그는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萬法歸一 一歸何處)"라는 화두를 참구(參究)하여 깨달음을 얻었던 간화선승(看話禪僧)이다. 그의 간화선 수행론은 나옹을 비롯한 고려 말의 선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고봉화상선요(高峰和尙禪要)』는 고봉 원묘의 법문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시자인 지정(指正)이 기록하고 홍교조(洪喬祖)가 편찬하였다. 홍교조의 서문과 주영원(朱潁遠)의 발문, 본문 29장으로 구성된 1권의 간략한 선적이며, 원정(元貞) 원년인 1295년(충렬왕 21)에 초간본이 간행되었다. 1358년(공민왕 7)에 오군운집정사(吳郡集雲精舍)에서 중간한 판본이 고려에 전해졌다.
원오사(圓悟寺) 도서는 만력(萬曆) 원년, 곧 1573년(선조 6)에 묘향산(妙香山) 보윤암(普潤庵)에서 간행하고, 보현사(普賢寺)에 보관하였던 판본이다. 권미(卷尾)에 시주질(施主秩), 공역질(工役秩) 및 간기(刊記)가 있다.
이 책은 보설(普說), 시중(示衆), 소참(小參), 만참(晩參), 법어(法語), 통앙산화상의사서(通仰山和尙疑嗣書) 1편, 실중삼관(室中三關) 1편 등 모두 2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고봉은 간화선 수행의 요지를 간결하게 제시하였다. 본래 간화선 수행은 의심이 생명이다. 고봉은 자신의 수행 경험을 통해 수행자들에게 화두 수행에서 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였다.
특히 고봉은 대신근(大信根), 대분지(大憤志), 대의정(大疑情)이라는 공부 삼요설을 제시하였다. 곧 신심이 크면 큰 의정을 내고, 의정이 크면 크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또한, 의심을 일으켜 주는 화두를 제시하고, 공부의 과정에서 수행자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도해 주는 역할을 하는 선지식인 본분종사의 지도와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간화선 수행자들에게 체계적인 간화선의 실천 방법을 설명서로 제시한 것이다.
이 책은 고려 말에 수용되었고, 태고 보우(太古普愚), 나옹 혜근(懶翁惠勤)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 화두의 참구를 강조하였고, 의심과 분심을 중시하는 화두 참구 방법론 등을 강조하였다. 조선 중기에 승려들의 교육 과정인 이력(履歷) 과정이 확립되었는데, 『고봉화상선요』가 사집과(四集科)의 한 과목으로 채택되어 조선시대에 많이 간행되었다.
『고봉화상선요』는 조선시대 불교사, 승려 교육 과정 등에 대한 이해에 기본적인 문헌이다. 원오사 도서는 구절마다 구결이 기록되어 있어 구결 연구, 서지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4월 10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