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陜川) 법연사(法然寺) 『육경합부(六經合部)』는 1488년(성종 19) 전라도 고산현 화암사에서 주요 대승 경전 6부를 서사 판각하여 간행한 불경 요약서이다. 육경은 불자들이 가장 많이 신행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대불정수능엄신주』, 『불설아미타경』, 『묘법연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의 5부 대승 경전과 1부의 수행의례집인 『관세음보살예문』을 포함하고 있다. 이 자료는 명확한 간행 시기와 화암사라는 간행 장소를 알 수 있는 조선 전기의 귀중본이다.
『육경합부』는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대불정수능엄신주(大佛頂首楞嚴神呪)』, 『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묘법연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 관세음보살예문(觀世音菩薩禮文)』 등 조선 전기에 유행하던 6종의 경전을 요약하여 한데 모아 간행한 것이다.
합천 법연사 『육경합부』는 6경이 차례로 편집되어 있는 1권 1책의 선장(線裝)으로 된 목판본이다. 책 크기는 세로 26.2㎝, 가로 16.0㎝이고, 각 장은 8행 17자씩 서사하였으며, 지질(紙質)은 저지(楮紙)로 되어 있다. 겉표지에 ‘육경합부(六經合部)’라는 표제가 있으며, 속지의 첫 면과 마지막에는 '다라니문'이 필사되어 있다.
보관 상태는 양호한 편이나, 『관세음보살예문』은 제15(우)장 이하는 결락되어 있다. 결락면 2면 내용은 “방단월각수...금산, 대시주 왕씨...이복지(方檀越刻手…今山, 大施主 王氏…李卜只)”이다(동국대학교 도서: 1488년 간행본 97장본 참조).
『관세음보살예문』의 발문(跋文)에 “홍치원년무신(弘治元年戊申)”으로 되어 있고, 『금강반야바라밀경』 간기(刊記)에는 “홍치원년 4월 전라도 고산지(高山地) 화암사(花岩寺) 개판(開版)”으로 되어 있어서, 1488년(성종 19)에 개판되어 간행된 판본임을 알 수 있다. 현전하는 고산 화암사 간행 『육경합부』는 1462년(세조 8) 간본 2종과 1488년 간본 6종이 있다.
이 중에 1488년 간행본에는 『금강바라밀경』 변상도(變相圖)가 있는 통도사 극락암본과 변상도가 없는 법연사 도서의 두 종류가 있다.
소장처로 보면 법연사본(1종)을 비롯하여 고반재 소장본(2종), 동국대학교 도서(2종), 원각사 도서(1종), 보성선원본(2종), 통도사 극락암본(1종)이 있는데, 이 중에 법연사본은 다른 본에 비해 표지(속지 포함)가 있고 보관 상태가 양호하다.
현전하는 고산 화암사 간행 『육경합부』의 1462년 간본 2종(①, ②)과 1488년 간본 6종(③-⑧)의 대략적인 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고반재 소장본: 1462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지가 ‘금강경계청’으로 되어 있다. 71장(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이하 낙장)이고, 묵서로 5언시가 앞 속지 내면과 뒤 속지 내면(후대 보입 추정)에 있다.
② 동국대학교 도서: 1462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지가 ‘대방광불화엄경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후대 보입 의심)으로 되어 있다. 고반재 도서와 동일본이다. 금강반야바라밀경 결락(맨 뒤 2장 남음). 71장(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4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4장 제1장부터 제4장까지 결락. 후대 필사 보입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 佛說阿彌陀經: 10장 / 觀世音菩薩禮文: 15장)이고, 이 중 首楞嚴神呪 장차(張次).
③ 동국대학교 도서: 1488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지명이 없다. 법연사 소장본과 동일본이다. 97장(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 佛說阿彌陀經: 10장 / 觀世音菩薩禮文: 16장)이다.
④ 고반재 도서: 1488년 화암사 발간 목판본으로, 표지에 ‘금강경(金剛經), 보현(寶賢), 능엄(楞嚴)’이라 되어 있다. 법연사 도서와 동일본이다. 63장(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제0.5장 결락(缺落) / 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이고, 이 중에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장차. 이하 결락되어 있다. 후대에 편찬된 것으로 의심된다.
⑤ 원각사 도서: 1488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지에 ‘정토행문(淨土行文)’이라 되어 있다. 법연사 도서와 동일본이다. 86장(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 佛說阿彌陀經 결락/ 觀世音菩薩禮文: 15장)이다.
⑥ 보성선원 도서: 1488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앞뒤 표지 없이 ‘금강경계청’으로 시작한다. 법연사 도서와 동일본이다. 96장(啓請: 2장, 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 佛說阿彌陀經: 10장 / 觀世音菩薩禮文: 15장)이고, 이하 결락.
⑦ 보성선원 도서: 1488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지 없이 ‘금강경계청’으로 시작한다. 법연사 도서와 동일본이다. 81.5장(啓請: 2장, 金剛般若波羅蜜經: 2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8장 / 佛說阿彌陀經: 10장 / 觀世音菩薩禮文: 16(右)장)이고, 이 중 觀世音菩薩禮文 제16(右)장 후결락(後缺落).
⑧ 통도사 극락암본: 1488년 화암사 목판본으로, 표제에는 ‘행원품(行願品)’이라 되어 있다. 법연사 도서와 다른 이본이다. 표지 다음에는 변상도가 있다. 98장(變相: 2장 / 金剛經啓請: 1.5장 / 金剛般若波羅蜜經: 23장 / 施主秩: 0.5장 / 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23장 / 大佛頂首楞嚴神呪: 15장 / 觀世音菩薩禮文: 16장 / 佛說阿彌陀經: 7.5장 / 無量壽佛說往生淨土呪 등: 2.5장 / 妙法蓮華經觀世音菩薩普門品: 7장)이다.
발문에 의하면, 『금강경』은 대승의 첩경으로 대승에 발심하고 최상승에 발심하며, 불지견에 들어가려는 자들은 이 경에 의하여 정진하도록 하며, 세상 사람들이 더욱 숭신하고 초학자들이 독송하여 안락을 얻게 하려고, 갑진년(1424년)에 평양부윤(平壤府尹) 성달생(成達生)이 가려 뽑아서 서사하였고, 홍치 원년 무신년(1488년)에 간선(幹善) 요경(了冏) 납구(衲鳩)와 시방 단월들이 각수(刻手) 성돌(性湥), 경수(冏修) 등에게 청하여, 5월부터 8월까지 새기고 6권을 합하여 1부로 만들어 간행하였다고 한다.
또한, 간행하여 널리 펴서 선근이 원만해지고 주상전하 만세를 누리고, 모든 수지 독송하는 자들과 보고 듣고 수희하는 자들이 보리를 증득하기를 발원하고 있다.
『금강반야바라밀경』 간행질에는 대시주 민주(敏珠), 민경(敏冏), 양우(羊牛) 등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관세음보살예문』에는 왕씨를 비롯하여 37명이 있다. 연판(錬板)은 의명(義明), 화주는 요경(了冏), 공양주는 능우(能牛) 금산(今山)이다(동국대학교 도서 97장본 참조).
6경의 구성은 『금강경계청(啓請)』 1-2(右)장, 『금강반야바라밀경』 25장,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23장, 『묘법연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 8장, 『불설아미타경』 10장, 『관세음보살예문』 15(右)장(1장 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강경계청』은 봉청(奉請) 청사보살(請四菩薩) 발원문(發願文) 운하범(云下梵) 순으로 시작하여 6부의 경문을 차례로 합부하였다.
발원문에는 “삼계의 존귀하신 분께 머리를 조아리고 시방불께 귀명하오니, 제가 이제 큰 원을 내어 이 『금강경』을 지니어, 위로는 네 가지 무거운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삼도의 괴로움을 구제하며, 만약 보고 듣는 자가 있으면 다 보리심을 내고, 이 과보의 몸을 다하여 함께 극락국에 나게 하소서!”라 하고 있다. 마지막 『관음보살예문』 다음에는 후발문이 들어 있다.
합천 법연사에 도서인 『육경합부』는 1488년 전라도 고산현 화암사 간행본이며, 조선 전기 필사한 목판본 『육경합부』로 귀중본에 속한다.
1488년 간행본 중에서는 『금강반야바라밀경』 변상도가 없는 본이며, 겉표지와 속표지가 있고, 비교적 보관 상태가 양호한데, 『관세음보살예문』의 경우 마지막 1장(2면)이 낙장이다. 조선 전기 서사의 2계통 황진손(黃振孫), 성달생(成達生) 중에서 이 본은 성달생이 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