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은 9세종대왕](E0029857)이 작성한 「어제 서문」과 「예의」가 나오고 그 다음에 집현전 학사들이 작성한 ‘해례’가 이어진다. 그래서 「어제 서문」과 「예의」를 아울러 ‘본문’이라 칭하고 그 나머지, 즉 집현전 학사들이 새 문자의 제자 경위, 특성, 사용 방법 등을 설명하고 그 용례를 보여 준 부분을 ‘해례’라 칭한다. 「정인지 서문」은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이라 할 수 있다. 「정인지 서문」의 내용은 『훈민정음』의 ‘해례’를 집필하게 된 경위, 한자와 이두 사용의 불편함과 새 문자 창제의 동기와 필요성, 세종이 창제한 새 문자의 특징과 장점 등에 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 세종대왕의 뛰어난 업적을 찬양한 것인데, 집필자들을 대표하여 그 우두머리인 정인지가 작성하여 「정인지 서문」이라 한다.
「정인지 서문」에서는 먼저 풍토에 따라 말과 소리가 다름을 지적하고,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빌려 썼으나 한자는 우리말에 맞지 않으며 신라 설총이 만들어 사용해 온 이두도 한자를 빌려 쓴 것이어서 한자 못지않게 불편하여 새 문자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훈민정음’을 계해년인 1443년 겨울에 세종대왕이 창제하였음을 말하고 새 문자의 성격을 “모양을 그리고 글자는 옛 전자를 본떠 소리로 인하여 음이 7조에 어울린다.”라고 설명한 다음, “천지인 삼극의 뜻과 음양이라는 이기의 묘함이 다 포괄되지 않음이 없다.”라고 칭송하였다. 이렇게 28자가 아주 교묘하게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나절이면 익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안에 깨우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어서 새 문자인 훈민정음의 장점을 나열하였다. 첫째 이것으로써 한문을 풀이하면 그 뜻을 알 수 있고, 둘째 이것으로써 송사(訟事)를 심리하면 그 실정을 알 수 있고, 셋째 이것으로써 자운(字韻)의 음을 적으면 청탁을 능히 구분할 수 있고, 넷째 이것으로써 악가(樂歌)를 적으면 율려(律呂)를 극히 조화롭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새 문자는 쓰는 데에 갖추어지지 않은 바가 없고 통달하지 않은 바가 없어서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의 홰치는 소리, 개 짖는 소리도 모두 이 글자로써 적을 수 있다고 칭찬하였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의 집필에 참여한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와 함께 새 문자에 대하여 요점만 간략히 요약한 줄거리를 서술하여 스승 없이도 깨우치도록 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세종대왕은 하늘이 내신 큰 성인이어서 정음을 지은 것도 어떤 선인의 설을 이어받은 것 없이 자연으로 이룩하여 지극한 원리가 있지 아니한 바가 없다고 설명한 다음 우리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 오래지만 개물성무의 큰 지혜는 세종이 나타나 베풀기를 기다려 오늘에야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찬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