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金龍渙)은 1912년 경상남도 진영[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출생의 만화가로, 일본 유학 중 잡지 삽화가로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해방 후 한국에서 만화가로 활약하며 어린이 만화, 청소년 만화, 시사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창작했다. 그는 만화가뿐 아니라 시사 만화잡지 『만화행진(漫畫行進)』과 주간신문 『만화신문(漫畫新聞)』의 발행을 주도하는 등 한국만화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馬海松)은 1923년 『새별』에 「바위나라와 아기별」, 「복남이와 네 동무」, 「어머님의 선물(膳物)」 등의 동화를 발표하는 한편,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동화를 구연했다. 1924년 ‘ 색동회’에 가입해 어린이 문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많은 중단편 동화를 창작했다.
마해송의 동화를 김용환이 만화로 각색한 『토끼와 원숭이』는 1946년 5월 1일 발행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만화 단행본이다. 가로 15㎝, 세로 20.5㎝ 크기에 32쪽의 짧은 만화로 동물을 의인화하여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 그리고 주변 국가의 정세를 풍자적으로 그렸다.
칸을 나눠 칸과 칸 사이에 여백을 주고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를 말풍선에 넣는 등 현대 만화의 형식을 갖추진 않았지만, 연속적으로 칸을 나눠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을 글로 써서 그림과 글을 결합해 표현했다는 면에서 만화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토끼와 원숭이』의 맨 마지막 장에는 “이 “토끼와 원숭이” 만화는 마해송 선생의 동화를 가지고 만든 것입니다.”라고 적어 만화임을 명시하고 있다.
세상은 서쪽으로 뚱쇠 나라, 토끼 나라, 센이리 나라가 있고 이들 세 나라와 큰 강을 사이에 둔 원숭이 나라가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날 왕이 무력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비좁고 가난해 살기 힘든 원숭이 나라를 탈출한 새끼 원숭이 세 마리가 파도에 밀려 토끼 나라에 닿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가에 쓰러진 원숭이를 구해준 인연으로 원숭이 나라에 놀러 갔던 토끼들이 원숭이 나라의 왕에게 붙잡히면서 강 건너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안 원숭이 나라는 토끼 나라를 침략한다. 토끼들은 원숭이가 세상 최고의 동물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귀를 잘리고 먹물로 털을 물들이고 엉덩이에 붉은 칠을 한 원숭이의 모습으로 살게 된다. 이후 센이리 나라와 뚱쇠나라와의 전쟁에 패배한 원숭이 나라는 물러가지만, 토끼들은 센이리 편과 뚱쇠 편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게 된다.
『토끼와 원숭이』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분단에 이르는 과정을 의인화된 동물을 통해 통찰력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토끼와 원숭이』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 단행본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등록문화재 제537호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은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로 우수한 인쇄 상태와 양호한 보존 상태, 그리고 만화 단행본으로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는 점을 꼽았으며, 만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사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1945년 독립 이후 우리말로 된 출판물의 양이 대폭 증가하면서 많은 양의 만화잡지와 단행본이 출판되었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며 많은 출판물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1940년대 만화는 남아있는 것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토끼와 원숭이』는 1940년대 출간된 만화 단행본이란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